국립대 총장 임명에 청와대가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는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에 국립대 총장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 개입 의혹을 수사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청와대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1순위 후보자 총장 임명을 거부하고 2순위를 임명하는 등 부당하게 대학 총장 인사에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여러 정황에 비추어 청와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정부에 비판적인 교수 명단을 만들어 통제해 왔을 개연성이 짙다.
교육부는 두 달 전 총장 공백 2년3개월 만에 2순위 후보자를 경북대 총장으로 임명하면서 법에 규정된 1순위자 배척 근거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직원과 학생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반발하고 있고 1순위 후보자는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주대 방송통신대 전주교대 등도 길게는 3년 가까이 총장이 없는 상태이고, 충남대 경상대 한국해양대 순천대 등은 경북대처럼 합리적 설명 없이 2순위자를 총장에 임명했다.
현행 법은 대학이 뽑은 후보자 2명 중 1명을 교육부 장관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1순위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가 있으면 2순위를 뽑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총장 임명을 일반 공공기관 인사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대학은 자율성을 존중해야 할 학문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헌법이 대학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까닭이다. 2년 넘게 시간을 끌다가 정당한 사유 없이 대학 구성원의 뜻을 무시하고 2순위자를 뽑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경북대 1순위 총장 후보자였던 김사열 교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정부가 과거 활동을 반성하는 각서를 요구했으나 거절했고, 우 전 수석이 강하게 반대해 총장 임명이 좌절됐다는 것이다. 김영한 비망록에 쓰인 ‘서울대 총장 선임 역임(거꾸로 임명)’이라는 기록, 충남대 총장 인선 과정에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의 한양대 학연 의혹 등도 청와대 개입을 뒷받침한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 각 분야에서 편가르기와 폐쇄적 인사로 갈등을 키웠다. 특검은 청와대가 민주적 법 절차를 어기고 총장을 선임했는지, 교육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상 검증을 해왔는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장기 공석인 국립대 총장을 서둘러 임명해야 한다. 상당수 대학이 중요 의사결정에 혼란을 겪고 있다. 결격사유가 없는 한 대학 구성원이 뽑은 1순위 후보자를 신속히 총장으로 임명하는 게 옳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