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과는 ‘추억의 문화나눔’
효도 안마ㆍ메이크업으로 말동무
지난해 7월15일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무더위와 장마를 헤치고 서울 광진구 서울소방재난본부 광나루 안전체험관에 모였다. 직원들은 이 곳에서 서울 노원구 다운복지관의 발달장애아동들과 처음 만났다. 직원과 아동이 1대1 짝꿍을 맺고, 처음 한 일은 ‘미아방지 배지 만들기’였다. 아동들이 좋아하는 색깔의 펜으로 함께 배지를 만들며 서먹함을 없앤 직원들은 포크댄스를 통해 직접 몸을 부딪히며 친밀함을 쌓아갔다.
태풍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체험한 직원과 아동들은 소화기를 사용해 가상의 불을 진압하는 실험을 했고, 안전모를 쓰고 소방차에 직접 탑승해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루’ 였다. 발달장애아동들과 대중교통 이용 훈련, 재난안전 체험 등을 함께 하며 이들이 일상 생활에서 안전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학습하도록 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날 발달장애아동들과 하루를 보낸 SK이노베이션 경영혁신팀의 오준환 팀장은 “다운복지관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 교감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내 기준을 강요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하면 좋겠다”던 경영전략팀 류진숙 부장의 바람처럼 SK이노베이션의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루’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4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서울 광진구의 복합문화체험시설인 ‘서울 상상나라’에서 다운복지관의 발달장애아동 ‘짝꿍’들과 다시 만났다. 이들은 감성놀이, 과학놀이, 문화 놀이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벌이며 우정을 쌓았다. 지난달에는 직원들이 직접 다운복지관에 찾아가 짝꿍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며 송년회를 벌였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은 ‘이노베이션’(혁신)이라는 회사 이름에 걸맞게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드는 기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발달장애아동과 취약 계층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이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실질적인 지원과 자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지난해 10월7일 서울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추억의 문화 나눔’ 프로젝트를 벌였다. 발달장애아동과의 만남처럼 직원들과 노인들이 짝꿍을 맺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됐다. 직원들이 안마를 하며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는 ‘효도 안마 체험’, 할머니들이 메이크업으로 꽃단장하는 ‘뷰티 살롱’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하이라이트는 ‘청춘놀이 체험’이었다. 노인들은 SK이노베이션 직원들과 딱지치기, 알까기 등을 하며 유년시절로 되돌아간 듯 즐거워했다.
자회사인 SK종합화학 직원들도 서울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추억의 문화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발달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루’와 독거노인과 함께 하는 ‘추억의 문화나눔’ 활동을 주요 사업장이 있는 울산, 인천, 대전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적어도 연간 1회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사회공헌 활동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2004년 7월 자원봉사조직인 SK1004단이 출범했다. SK이노베이션 직원 모두가 소속에 따라 SK1004단 내 봉사팀에 배정된다. 서울, 울산, 인천, 대전, 충남 서산, 충북 증평 등 전국 각지에 67개 봉사팀이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신입사원 때부터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해 SK의 행복나눔 기업문화를 체득하게 하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의 오랜 전통이다. 매년 초 입사하는 신입사원의 연수 프로그램에는 봉사활동이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다.
사회 문제 해결과 취약계층의 고용 창출을 위해 사회적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도 SK이노베이션의 중요한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사회적 기업 발굴ㆍ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3~2014년엔 노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총 8개 사업을 발굴ㆍ지원했고, 2015년엔 장애인, 다문화여성, 탈북 이주민 등으로 사회적 기업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의 사회적 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페루에 글로벌 사회적기업인 농촌진흥센터 야차이와시를 설립했다. 민간기업, 정부, 대학, 비정부기구(NGO)가 결합한 새로운 모델로, SK이노베이션이 2009년부터 진행한 농촌개발 프로그램을 사회적기업 형태로 진화시킨 것이다. 농촌 빈민가구가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을 자립형 사회적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SK식 사회공헌을 위해 다양하고 실험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