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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조기대선을 비상하게 준비하라

입력
2017.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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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조기대선에 가속도가 붙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날 무등산에서 사실상 출정식을 가진 데 이어 야권 잠룡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사표를 던지거나 예정해 놓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는 12일 이후에는 후보간 합종연횡, 정당의 이합집산 등 판의 대격변도 예상된다.

정치 일정의 최대 변수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감안하더라도 조기 대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적 심판기구인 헌법재판소가 국민적 공분과 좌절을 거스르고 심리를 장기로 끌고 갈 동력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헌재가 2월말, 3월초에 결론을 내린다면 4월말 내지 5월초 ‘벚꽃대선’도 가능하다.

걱정은 조기대선이 여러모로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통상 1년에 걸쳐 당내 경선과 본선 레이스가 진행돼 왔다면 올해는 4개월 안팎의 기간 동안 ‘번개 불에 콩 볶듯이’ 치러야 한다. 비유하자면 과거 마라톤 레이스였던 대선 승부가 올해는 100m 달리기로 바뀐 셈이다. 정치일정이 단축되면서 부실 선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후보 검증이 소홀해질 수 있고, 정책이나 시대정신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정치공학이 개입될 소지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르면 4개월 안쪽으로 대선이 다가왔는데 구도가 분명치 않는 점도 불안하다. 물론 과거에도 본선 막판까지 판과 구도가 요동을 쳤던 경험이 없지 않지만 올해는 자심하다. 여권이 둘로 쪼개지고 야권도 둘 이상인 상황이, 1987년 대선 당시의 혼란상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는 반기문 전 총장까지 가세해, 본선은 물론 경선 전망도 불허하고 있다.

선거 이후 정권이양 과정도 비정상적이다. 차기 대통령은 선출되는 순간 당선인이 아니라 바로 대통령 신분이 되기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가동할 틈이 없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정상적인 이양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예비내각(섀도우캐비닛) 발표 계획은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포석이지만 실제 인수위 공백에 대한 대비책이 아닐 수 없다. 경선 과정은 몰라도 본선에 오르는 후보들은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예비내각을 발표해서 국정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조기대선으로 연결된 국정 농단 사건 및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와 환멸이 큰 걱정이다. 화난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내고 욕설의 의미까지 담은 ‘18원 후원금’으로 골탕을 먹이고 있다. 스마트 시대의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지만 당하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 문자폭탄을 받았다는 한 초선 의원은 “국민들의 분노를 모를 바는 아니지만 정치적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같은 야당 지지자들끼리도 잠재적 경쟁 후보 측에 문자폭탄을 보내고 홈페이지를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스마트 민주주의’라고 느긋하게 볼 여건은 아닌 듯하다.

상황이 불안하고 극히 불투명해서 걱정스럽긴 하지만 조기대선은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는 순간, 정치권은 국정의 연속성을 담보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떠맡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변국 환경이 엄중하다. 조만간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의 거센 압박에다 시진핑, 아베, 푸틴 등 주변국의 ‘스트롱맨’들 또한 국가 이익을 앞세워 거칠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안으로 유권자의 요구를 받들어 과거의 적폐를 일소하고 국가 시스템을 재건해야 하며, 밖으로는 어느 때보다 버거운 카운터파트를 상대로 국익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아야 한다. 과거의 진영 논리로 접근한다면 선거에서 이길지는 몰라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복합적 난제들이다. 보수든 진보든 새로운 접근법과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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