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이번주 협조 공문 예정
17개 교육청 중 13곳 비협조 방침
장관이 교육감에게 지정 요청시
특별 사유 없는 한 응해야 한다는
교육부령 놓고 양측 다툼 치열
교육부가 올해부터 역사 국정교과서를 쓸 연구학교 공모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대부분 시도 교육청이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라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주 각 시도 교육청에 연구학교 지정 협조 공문을 내려 보낼 계획”이라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대략 몇 곳이 연구학교로 지정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2017학년도에 역사 국정교과서를 가르치기를 원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는 2018학년도에 예정된 역사 국정-검정교과서 혼용 계획의 전 단계다. ‘올해 국정교과서 현장 적용’이라는 당초 명분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대안이다. 교육부는 강제 지정 권한이 없는 터라 연구학교에 ▦연간 1,000만원 지원 ▦교원 승진가산점수 추가 ▦국정교과서 무료 보급 등의 당근을 제시했다.
연구학교 지정 방침은 시도 교육청의 협조가 필수다. 일선 학교는 교사ㆍ학부모ㆍ주민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연구학교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후 관할 시도 교육청에 학교장이 신청하면 해당 교육감이 지정 여부를 최종 승인하게 된다.
그러나 발표 당시부터 일부 시도 교육청은 참여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17개 시도 교육청 중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등 13개 교육청은 연구학교 지정 방침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협조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 교육청은 대구, 경북, 울산 교육청 정도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연구학교를 지정하거나 지정하지 않을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학교 현장에 혼란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가 부담을 덜어주겠다”라면서 사실상 교육부 방침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양측은 치열한 법리 검토에 나섰다. 연구학교 지정 관련 기준이 애매하고 각자의 입맛에 따라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논쟁거리는 교육부령인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이다. 규칙 제4조 6항은 ‘교육부장관은 교과용도서 검증 등의 목적으로 교육감에게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문구에 방점을 찍어 시도 교육감을 압박하고 있는데, 반대측 교육감들 역시 이를 지정 거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국정교과서의 불법성, 반교육적 이유가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이재정 경기도교육감)는 것이다.
‘국립대학부설의 유치원ㆍ초ㆍ중ㆍ고교의 경우 교육감 지정에 관계없이 상설 연구학교가 된다’고 밝힌 규칙 제4조 5항 역시 다툴 소지가 있다. 이들 학교는 교육청 방침과 관계 없이 연구학교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지만, 국정교과서에 대한 거센 반발 여론을 감안하면 해당 학교 내부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학교를 희망하는 학교가 있는데도 시도 교육청이 가로막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회의나 공문을 통한 설명을 토대로 설득하면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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