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8일)을 조용히 넘겼다. 김 위원장 집권 6년차를 맞아 대대적인 우상화 작업을 위해 김 위원장의 생일을 공식화하며 ‘도발 이벤트’를 벌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침묵한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은 명절로 지정해 대대적으로 경축하는 것과 달리,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정확한 생년월일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생일은 지난 2014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맨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알려졌다. 로드맨은 당시 김 위원장의 생일 축하 행사에 초대돼 축하 노래까지 불렀다.
김 위원장의 생일을 공식화하지 않던 북한이 올해부터는 집권 안정기로 판단해 대대적인 경축 행사나 미사일 발사 등의 ‘축포’를 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 삼부자를 찬양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행사인 ‘2017 백두산위인 칭송대회’를 올해 8월 백두산과 평양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의 생일을 공식화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당시 ‘백두산위인칭송대회 국제준비위’ 명의로 발표된 호소문은 “다음해 1월 김정은 각하의 탄생일을 성대히 경축하며 광명성절과 태양절에 이어 김정숙 여사의 탄생일을 맞는 12월까지 다채로운 정치문화 활동들을 활발히 벌려 2017년 온 한 해를 경축 분위기로 끓어 번지게 하자”고 독려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8일 김 위원장의 생일과 관련해 아무런 보도도 내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여전히 자신의 생년월일을 감추며 넘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이 많은 간부들을 통제하기 위해 자신의 정확한 출생연도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보다 30~40살 많은 간부를 끌고 나가야 하는데 지도자의 나이가 나가면 ‘이거 나보다 동생이네’라고 (간부들이) 생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는 김정은이 생모인 고영희가 김정일의 정식 부인이 아니기 때문에 생모의 이름도 북한 주민들에게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빈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