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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외칠수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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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외칠수나 있었을까...

입력
2017.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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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청기 없이 일상생활 불가능

가족들과 손짓으로만 의사소통

매몰사고 순간 보청기까지 빠져

제대로 구조 요청 하지 못한 듯

2. 경찰, 파견 인력업체 등 소환

업무상 과실 등 사고 원인 조사

함께 매몰된 1명 수색 작업 속도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발생한 모텔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발생한 모텔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의 건물 철거현장 붕괴사고로 매몰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60대 근로자가 청각장애인으로 확인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발견 당시 외상 정도를 감안할 때 매몰 직후 제대로 된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해 변을 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7일 오전 11시30분쯤 낙원동 건물 철거현장에서 작업 중 매몰됐던 김모(61)씨가 사고 21시간만인 8일 오전 6시58분쯤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소방당국은 “발견 당시 김씨 외상이 심하지 않아 얼굴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사인은 ‘압사에 따른 질식사’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건물은 원래 지상 11층 지하 3층 규모의 모텔로 철거작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지상 1층에서 굴착기 작업 중 바닥이 갑자기 내려 앉으면서 작업 중이던 김씨 등이 지하 2층에 매몰된 것으로 경찰과 구조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파견업체 직원이었던 김씨는 청각장애 2급(양쪽 귀의 청력손실이 90db 이상)으로 유가족들은 신속하게 구조 요청을 못했을 가능성에 안타까워했다. 90db은 자동차 경적이나 비행기 착륙시 발생하는 소음 수준으로 보청기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사고 당시 현장을 찾았던 김씨 여동생은 “오빠는 말을 못한다. 오빠가 안에 있다”고 오열했다. 김씨의 첫째 아들도 “아버지가 보청기를 끼고 생활해 일상 대화는 안됐고, 손짓으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은 김씨가 일할 때 보청기를 착용했다고 했으나 시신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해 사고 순간 보청기까지 빠져 구조 요청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최근 장애 때문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김씨 동생은 “형님이 지난달 26일 사고가 난 현장에서 돌이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쳐 꿰맨 적이 있다”며 “그럼에도 혹시 일감이 끊길까 다친 다음날도 계속 일을 나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김씨 등을 파견한 인력업체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건설업체 2곳의 관계자도 조만간 소환해 안전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소장 등을 불러 사고 원인을 조사한 뒤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면 해당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굴착기 기사 문모(43)씨는 1차 경찰 조사에서 “철거 작업을 할 때 세운 쇠파이프 기둥이 약해서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전모와 안전화 등은 모두 착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당국은 김씨와 함께 매몰된 조모(49)씨에 대한 수색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굴착기 투입을 위해 경사로를 만들면 추가 붕괴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조심스럽게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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