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중국 무역정책이 한국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8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한국총영사관에서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동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개최한 시카고 라운드테이블 미팅에 참가한 현지 전문가들은 향후 세계가 맞게 될 ‘거대한 무역 전쟁’을 예고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대통령 권한으로 추진하고 집행할 수 있는 무역정책 수단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트럼프의 반중 무역정책이 중국을 넘어 한국과 일본, 대만으로 확대되며 글로벌 공급 사슬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설사 트럼프가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를 포기한다 해도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전 세계에 퍼지는 것 자체가 교역 부문 투자를 줄이고 경제 성장에 해를 미칠 것”이라고 데이비스 교수는 우려했다.
참가자들은 미국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인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려는 점을 우려했다. 마틴 아이헨바움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흡수돼 무역수지 적자를 더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확대와 통화 긴축(금리 인상) 정책의 조합으로 달러 가치가 5% 상승하면 미국의 실질수출은 1년 뒤 1.5%, 3년 뒤 3%까지 줄어드는 반면, 실질수입은 각각 그 절반 정도 폭으로 늘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를 3년에 걸쳐 0.75%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개선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 바로 다른 나라들이 불공정 교역 행위를 한다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결국 트럼프가 선거 기간에 공언했던 수입품 관세 부과로 대응하려는 유혹을 더욱 크게 받을 거란 예상이다. 이를 실행할 경우 “세계가 거대한 무역 전쟁에 빠져들어 한국처럼 수출의존도 높은 국가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아이헨바움 교수는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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