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공항 테러
이라크 파병 경력 퇴역 군인
수하물 속 권총 난사… 5명 사망
“정부가 정신 조종” 이상행동 전력
정신질환ㆍ테러 가능성 조사 나서
최고등급의 보안시설을 갖춘 미 플로리다주 국제공항이 단 한 명의 테러범한테 뚫려 미국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대량 살상이 가능해 테러범들의 최우선 타깃이 되는 미 국제공항이 이번 사건으로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드러냄에 따라 공항안전구역 확대 등 미 항공보안 시스템 전면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오후 1시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 인근 위탁수하물 찾는 장소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테러 용의자인 에스테반 산티아고(26)는 이날 터미널에서 찾은 짐에서 권총을 꺼낸 뒤 화장실에서 몰래 탄창을 장전했고 이후 탑승객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했다. CNN은 수사관계자를 인용해 “테러범은 총기를 난사하면서도 시민들의 머리만을 정조준 했다”며 “이에 따라 부상자 중에도 총상이 심한 이들이 많아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 테러는 공항 보안검색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 산티아고는 이날 거주지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포트로더데일 공항으로 가는 여객기를 타기에 앞서 입국장에서 자신의 권총과 탄환을 분리해 정식으로 신고한 뒤 수하물로 부쳤다. 미국 항공법규는 국내선 여객기 탑승객이 총기를 기내로 갖고 들어가는 건 금지하지만 수하물로 부치는 건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탑승객이 이런 점을 악용하면 수하물을 찾는 장소에서 얼마든지 총기 테러를 벌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국토안보부 교통안전국(TSA)의 공항 보안검색은 여객기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할 뿐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 위치한 수하물 찾는 장소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보안검색이 이뤄지지 않는 공항 내 사각지역을 겨냥한 테러는 오래 전부터 이미 예견됐다”며 “공항 내 발권 카운터와 승용차 승ㆍ하차 구역 등도 보안검색이 이뤄지지 않는 위험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미국 내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의 총기 휴대가 어렵지 않다는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 태생인 산티아고는 2010년 이라크에 파병돼 공병대대 소속으로 1년간 복무했고 지난해까지 육군 주 방위군으로 근무하다 성과부진으로 제대했다. AP통신은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산티아고가 지난해 11월 앵커리지에 위치한 연방수사국(FBI)을 찾아와 ‘정부가 내 정신을 조종해 이슬람국가(IS) 동영상을 보도록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산티아고는 최근에는 가정폭력 혐의로 수차례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국은 “퇴역군인인 산티아고의 범행동기와 관련해 정신질환이나 테러 가능성 모두를 조사하고 있다”고 AP에 말했다.
산티아고는 이번 테러를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산티아고가 이번 테러를 벌이기에 앞서 자신이 가진 차량 등 소유물을 전부 팔았다고 전했다. 또한 산티아고는 공항에서 총격을 끝낸 이후 바닥에 곧바로 엎드려 경찰이 자신을 체포하러 오길 기다렸다. NYT는 “경찰한테 사살되지 않으려는 행동이었다”라며 “사실상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여긴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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