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ㆍ고령층 최대 수혜 설계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나 정부의 재정확대 등 전통적인 정책보다 거둬들인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경기 부양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연구원은 8일 ‘경기대응 방안으로서의 세금환급정책’ 보고서를 통해 “경기 위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세금 환급책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세금환급은 시장에 돈을 푼다는 점에서 금리인하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같은 전통적인 경기부양 정책과 유사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곳엔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의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금융연은 먼저 “중앙은행의 금리 하향 조정이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가계는 급속한 고령화와 부족한 사회보장프로그램으로 저축 수익률이 낮아지더라도 소비보다는 오히려 저축을 더 늘리는 경향이 크다. 기업도 금리 인하 시 돈을 빌려 투자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최근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연은 “금리가 하락해 자금조달비용이 줄어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한 기업의 투자가 크게 상승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금리인하와 함께 경기부양 정책의 또 다른 축인 확장적 재정정책도 이론상으로는 ‘돈 풀기→고용증대→소비 증가→산업 발전’ 등의 고리를 형성해야 하지만 더 이상 경기부양과 통계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본과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양적완화 정책은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만 더 키웠다.
금융연은 대안으로 가계가 납부한 세금을 돌려 주는 세금환급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시했다. 환급액이 소비로 연결되는 시차가 짧고 시행 과정에서 제반 비용도 적은 데다 특정 산업이 아닌 경제 전반의 유효 수요 증대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환급은 일회성 정책이어서 국가 재정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키지도 않는다. 박춘성 금융연 연구위원은 “세금환급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환급액으로 소비를 하거나 부채를 경감할 수 있는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가장 큰 수혜를 받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10월 세금은 전년 동기 대비 23조2,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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