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악.”
2015년 9월 18일 아침 7시쯤 부산의 한 우체국 집배원 박모씨는 배달할 물품을 차량에 싣다가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는 참았다. 27일 추석을 앞둔 명절 대목이라서 밀려드는 물량 처리 걱정이 앞섰다. 대목인 그 당시 하루 평균 우편물은 평소보다 30~50개나 많은 160여개나 됐다. 그는 그날 차량에서 물건을 내리면서 ‘뚝’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에서도 심한 고통을 겪었다. 역시 이를 악물고 견뎠다.
우편물 폭주 탓에 박씨는 다친 지 4일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우측 어깨 관절 연골조직(와순) 파열 및 낭종(혹) 진단을 받았다. 추석이 낀 그해 9월 박씨의 초과근무 시간은 총 62시간이었고, 밤 10시 넘어 배송 업무가 끝났다.
혹사 당한 그는 공무상 요양을 인정해달라고 했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허리디스크와 혹 부분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절했고, 이에 공단을 상대로 소송으로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극심한 허리 통증에도 충분히 쉬지 못한 채 문제의 부위에 무리가 가는 작업을 반복했다”며 원고(박씨)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씨가 2011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8차례 병원을 찾아 허리 통증 치료를 받아왔는데, 특히 추석 대목에 우편물 급증으로 업무량과 노동시간도 동시에 늘어난 상태에서 사고 당일 허리를 다쳐 그 부위 병증이 악화된 것이라고 이 판사는 판단했다. 다만, 어깨 쪽 부상은 업무와 관련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