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16ㆍ휘문중)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장소에서 성공적인 리허설을 마쳤다.
차준환은 8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서 156.24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81.83점)를 합쳐 총점 238.07점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차준환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국내 대회 남자 싱글 최고점(242.44)으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종합선수권대회까지 휩쓸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오는 3월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 주니어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81.83점을 획득해 마의 80점 벽을 깨고 한국 피겨의 새 역사를 쓴 차준환은 이날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를 실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OST 맞춰 연기를 시작해 첫 번째 과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이후 쿼드러플 살코까지 실수 없이 소화하며 기본 점수 10.50점에 가산점(GOE) 1.29점을 챙겼다.
트리플 악셀에서 회전 수 부족 판정을 받은 차준환은 플라잉 카멜 스핀과 체인지 풋 싯 스핀으로 연기를 이어갔다. 후반부 연기에서는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 더블 악셀을 모두 클린 처리했지만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를 뛰다가 빙판 위에 넘어졌다. GOE 2.10점이 깎이고, 감점 1점도 떠안았다. 하지만 스텝 시퀀스로 안정을 찾은 차준환은 트리플 루프를 실수 없이 뛰었고,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 차례 실수를 제외하고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지만 점프 실수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달 2016~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같은 구성 요소에서 실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100점 만점에 60점”이라고 자책했다.
차준환의 실수는 스케이트 문제에서 비롯됐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오른쪽 스케이트 부츠 발목 부분이 무너져 순간적으로 힘을 줄 때 어려움이 있었다. 차준환은 “비슷한 제품 2개 정도를 신어봤는데 맞는 스케이트가 없었다”며 “그래서 테이프를 감고 탔는데 점프를 할 때 미끄러지면서 착지가 불안했다”고 아쉬워했다.
차준환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3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남은 기간 새 스케이트에 적응을 잘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겠다”면서 “4회전 점프를 프리스케이팅에 한 개 더 넣을 수도 있는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는 “차준환이 세계 주니어 선수권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2번 뛸 수 있도록 준비시킬 것”이라며 “이번에 실수한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의 순서도 바꿀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프로그램 변화는 단순히 점프 순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곡의 흐름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에 꽤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라면서도 “두 달은 꽤 긴 시간인 만큼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자 싱글에서는 임은수(14ㆍ한강중)가 프리스케이팅 127.45점으로 쇼트프로그램 64.53점을 합쳐 총점 191.98점으로 우승했다. 이는 은퇴한 김연아를 제외한 국내 여자 선수 중 최고 점수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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