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마찰ㆍ미중 북핵 갈등 등 부담”
한국은행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ㆍBrexit) 본격화 등 잇따른 국제정치지형 변화가 국내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 놨다. 특히 미중 북핵 갈등과 통상 마찰이 심화할 경우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8일 ‘글로벌 정치지형의 변화와 경제’ 보고서에서 “저성장 장기화, 고용 부진, 소득 분배 악화 등이 몰고 올 국제 정치지형 변화가 올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과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0일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내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브렉시트 협상 본격화 ▦네덜란드 총선(3월)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8월)에서 반(反) 유럽연합 정서 확산 가능성 ▦중국 시진핑 2기 체제 출범(11월) 전후로 미국과 통상ㆍ외교 마찰 가능성 등이 국제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주요 일정이다.
한은은 이 같은 정치적 위험이 다양한 경로로 한국 경제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대외 교역이 줄고,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유럽발(發) 금융혼란으로 국내 금융ㆍ외환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북핵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돼 국내 경제 신인도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준우 한은 국제종합팀 조사역은 “국내ㆍ외 불확실성 증가는 소비ㆍ투자 위축 등 경제 심리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요 기관들은 정치 불확실성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보고서와 전망을 내 놓은 상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보다 0.3%포인트 낮춘 2.4%로 제시하면서 통상마찰 확대, 탄핵 정국 등 국내외 정치요인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2.3%)과 아시아개발은행(ADBㆍ2.7%)도 정치 불확실성 우려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기존보다 0.3%포인트, 0.1%포인트 낮췄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 개선 등 사회안정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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