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두바퀴찬가] 군산 당일치기, 공공자전거로 제대로 즐기다

입력
2017.01.07 14:00
0 0

1930년대 유산 간직한 군산

동선 곳곳에 먹거리-볼거리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출발

가장 멀리 가도 도보 20분

자전거 타면 중년도 쉽게 완주

관광지-식당 휴일 안내 첨부

지난 12월 초 기자(왼쪽 두 번째)와 가족이 군산을 찾았다. 종일 시내를 여행하면서도 피곤하지 않았던 비결은 군산시가 운영하는 공용자전거였다. ‘공용자전거’. 평범한 이름이지만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지난 12월 초 기자(왼쪽 두 번째)와 가족이 군산을 찾았다. 종일 시내를 여행하면서도 피곤하지 않았던 비결은 군산시가 운영하는 공용자전거였다. ‘공용자전거’. 평범한 이름이지만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군산은 당일치기 가족여행의 모범답안이라 할 만합니다. 문화탐방, 사진 촬영부터 식도락까지. 온갖 기대에 부응할 볼거리, 먹거리가 1930년대 풍경을 간직한 옛 도심에 꾹꾹 담겨있죠. 자녀에게 일제시대 아픈 역사를 알려주고, 부모님과 이국적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컷. 곳곳에 이름난 맛집이 있어 끼니 걱정도 없습니다.

걱정거리가 있다면 부모님 체력이겠죠. 시간여행의 출발점 ‘근대역사박물관’에서 반환점 ‘동국사’까지 걸어서 20분. 그 사이의 여러 명소를 걸어서 다 둘러보기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중년 이상이나 어린이에겐 조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저녁쯤이면 기진맥진하죠. 일정이 빡빡해 구석구석 둘러보기도 어렵고요. 차로 이동하자니 흥이 깨집니다.

◆공공자전거로 편하게 빠르게

어렵게 떠난 가족여행, 어느 한 가지 재미도 포기할 수 없는 분들께 군산의 공영자전거를 추천합니다. 체력과 일정 걱정이 사라집니다. 온전히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군산 도심은 언덕이 드물어서 자전거 타기 편합니다. 설렁설렁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출발점으로 돌아가죠. 아침 일찍 출발하면 조금 멀리 철길마을과 금강까지 돌아볼 수 있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이제부터 직접 돌아본 견본코스를 보여드릴게요.

군산시 관광지도. 파랗고 붉은 선은 기자가 여행한 코스. 고화질 지도는 이곳(▲클릭)에서 받자.
군산시 관광지도. 파랗고 붉은 선은 기자가 여행한 코스. 고화질 지도는 이곳(▲클릭)에서 받자.

▲클릭

12월 첫째 월요일. 기자는 가족과 함께 점심 무렵 군산에 도착했습니다. 근대역사박물관 뒤편의 공공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한 이후부터는 공용자전거가 발이 됐죠. 자전거 대여소는 박물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군산근대건축관 왼편 ‘백년광장’에 있습니다. 요금은 기본료가 3시간에 1,000원, 이후 1시간마다 추가요금이 500원으로 저렴해요. 휴대폰 결제 한번으로 여러 대를 빌릴 수 있습니다. 자세한 방법은 기사 끝머리 표를 참고하세요.

역사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개 군산항을 따라 나란히 선 옛 군산세관-근대역사박물관-근대미술관-근대건축관을 돌아보며 일정을 시작합니다. 저마다 입장료가 따로 있습니다. 다만 근대역사박물관 입구에서 3,000원짜리 통합권을 구입하면 티켓 하나로 해상공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건물을 관람할 수 있답니다. 박물관에는 옛날 거리를 재현한 사진 찍기 딱 좋은 공간이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군산항 풍경은 1930년대에 멈춰 있다. 근대 건축물마다 입구에 지도와 기념도장이 놓여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선 바다를 보면서 군함 체험도 가능하다.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작은 기념품도 준다.
군산항 풍경은 1930년대에 멈춰 있다. 근대 건축물마다 입구에 지도와 기념도장이 놓여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선 바다를 보면서 군함 체험도 가능하다.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작은 기념품도 준다.
근대역사박물관에는 옛 거리를 재현해 놓았다. 일본으로 쌀을 공출하던 상황과 인력거, 탁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근대건축관에선 군산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디지털 지도에 올라서면 해당 건축물에 얽힌 역사가 떠오른다.
근대역사박물관에는 옛 거리를 재현해 놓았다. 일본으로 쌀을 공출하던 상황과 인력거, 탁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근대건축관에선 군산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디지털 지도에 올라서면 해당 건축물에 얽힌 역사가 떠오른다.

박물관 순례를 마치면 원도심으로 떠납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이었던 초원사진관 주변으로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섰죠.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중입니다. 옛 도로를 나눠 쓰는 까닭에 자동차와 보행자, 자전거가 뒤섞입니다. 생활도로로 지정돼 있습니다. “차가 느리게 다니고 보행자가 많지 않아서 주말에도 충분히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군산시 자전거정책계 이득만 계장의 설명입니다. 도심에선 인도를 이용하는 편이 낫답니다. 차도에 트럭이 많거든요.

사실 군산은 자전거 인프라를 의욕적으로 확장하는 도시입니다. 2010년 자전거 거점도시로 선정된 이후 150억원을 투자해 자전거 전용도로 68개 노선 256km를 정비했고 올해도 단절구간 연결을 중심으로 27km를 개설합니다. 다만 도로 대부분이 도시 외곽에 몰려 있습니다. 군산시 관광진흥과 양선옥씨는 “금강과 은파호수 주변 등 풍경이 빼어난 곳들”이라며 “한국관광공사에서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금강 하구둑-익산 구간과 선유도를 지정했다”라고 자랑합니다.

원도심은 관광지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초원사진관은 공공시설과 달리 월요일에 쉰다. 개관한 날에는 내부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원도심은 관광지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초원사진관은 공공시설과 달리 월요일에 쉰다. 개관한 날에는 내부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군산 여행의 절정은 히로쓰가옥입니다. 초원사진관을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독특한 일본풍 집이 나타나죠. 정식 명칭은 신흥동일본식가옥. 일제시대 부자의 집으로 당시 모습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 장소로 쓰였죠. 일본식 정원을 거닐며 널찍한 창문을 통해 집안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동국사에서 여행길의 방향을 되돌립니다. 일본 조동종 승려가 1909년 세운 사찰로 뾰족한 지붕과 절을 둘러싼 대숲이 눈길을 끕니다. 마당 한편에는 소녀상과 비석이 있습니다. ‘2012년 일본 조동종 승려들이 일제의 만행과 자신들의 첨병 역할을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뜻에서 참사문비를 세웠다’는 설명이 있네요. 묵념을 마치고 대웅전 뒤로 가면 예상치 못한 선물(?)이 숨어 있답니다.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맛집을 들르는 분이 많습니다. 유명 빵집 이성당, ‘무한도전’ 촬영지였던 중국집 빈해원, 전국에서 짬뽕 맛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음식점들을 지나치거든요.

히로쓰가옥의 뒷모습. 건물 앞쪽의 일본식 정원이 아름답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 나온 그 뜰이다. 사진은 직접 가볼 독자를 위해 아껴둔다.
히로쓰가옥의 뒷모습. 건물 앞쪽의 일본식 정원이 아름답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 나온 그 뜰이다. 사진은 직접 가볼 독자를 위해 아껴둔다.
아담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 대웅전 그늘에는 동백이가 등 긁어줄 손님을 기다린다.
아담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 대웅전 그늘에는 동백이가 등 긁어줄 손님을 기다린다.
일본 승려들의 참회를 담은 참사문비 앞에선 평화의 소녀상. 누군가 목도리를 둘렀다.
일본 승려들의 참회를 담은 참사문비 앞에선 평화의 소녀상. 누군가 목도리를 둘렀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은 공용자전거 주차입니다. 주차장이 거의 없답니다. 박물관 등에 입장할 때마다 자전거를 버려진 것마냥 일부러 눕혀 둬야 했습니다. 다른 관광객, 특히 어린 학생들이 주인 없는 자전거로 착각하고 건드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구경하는 사이에 교통수단이 사라질까 봐 불안했죠.

군산시에 따르면 공용자전거 분실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잃어버려도 이용자를 위해 자체 결손처리하고 있습니다. 원도심은 도로가 좁아서 주차장을 설치하기 어렵다 하네요. 그나마 올해 안에는 이성당 주변으로 자전거 20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들어섭니다.

이성당 주변에 주차한 공용자전거들. 군산 원도심에선 자전거들이 대체로 인도를 이용한다.
이성당 주변에 주차한 공용자전거들. 군산 원도심에선 자전거들이 대체로 인도를 이용한다.

지난해에는 11월까지 관광객 1만3,200명이 공용자전거를 타고 군산을 누볐습니다. 같은 기간 군산을 방문한 전체 자전거 관광객의 10% 정도입니다. 존재가 알려질수록 찾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길에서 마주친 다른 관광객들로부터 어디서 빌렸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거든요. 당장은 자전거가 많지 않습니다. 백년광장에 비치된 공용자전거는 모두 15대. 군산시는 올해 시내 곳곳에 추가로 100대를 배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떠날 때는 자동차나 기차를 이용하더라도 작은 도시에 도착하면 자전거를 타 보세요. 여행이 가벼워집니다. 덩치 큰 자동차를 주차하느라 끙끙댈 필요 없죠. 원하는 곳에 멈춰 서서 간편하게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뺨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 조용한 골목의 포근함이 있죠. 새해 당일치기 여행을 고민한다면 군산에서 가볍게 페달을 밟아 보세요.

군산을 떠나기 직전 찾아간 철길마을. 원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자전거로는 금방이다.
군산을 떠나기 직전 찾아간 철길마을. 원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자전거로는 금방이다.

◆군산 공용자전거 이렇게 빌려요

무인대여 시스템이 시내 곳곳에 구축돼 있습니다. 모두 100대(은파호수공원 45, 백년광장 15, 금강생태습지공원 40)입니다. 휴대폰 소액결제를 이용해 전화기 1대로 2대 이상 빌릴 수 있죠. 결제 이후에 자전거를 대여소 자물쇠에서 빼내지 않으면 자동으로 환불됩니다.

◆주요 관광지, 음식점 이용안내

자료는 군산시에서 제공했습니다. 많은 블로그에 ‘군산의 월요일은 죄다 쉬니 피하라’는 정보가 올라와 있는데 아닙니다. 정책이 바뀌어서 공공시설은 대부분 월요일에도 운영합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군산 관광홈페이지(http://www.gunsan.go.kr/tour)를 참고하세요.

<근대역사박물관 주변 입장료>

<군산시 주요 관광지ㆍ음식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