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정보ㆍ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행위를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따른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수집(통신자료제공 제도)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통신자료제공 제도를 활용하면 정보ㆍ수사기관이 법원 허가 없이 통신업체로부터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요청해 받을 수 있다. 이 때 가입자에게는 수집 내용을 통지할 의무가 없다.
인권위는 “국제인권기준과 판례 등을 검토한 결과, 통신자료는 다른 정보와 결합할 경우 쉽게 개인을 알 수 있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 수집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점 ▦사전, 사후 사법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인권침해 사유로 들었다.
시민단체들은 그간 통신자료가 당사자 모르게 수사기관에 무분별하게 제공돼선 안 된다고 비판해 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시민 500여명은 지난해 5월 “통신자료제공 제도는 헌법의 영장주의에 어긋나고 사후통지 규정이 없는 점도 입법 부작위에 해당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미래창조과학부 조사결과 2015년 통신자료제공 제도로 수집된 전화번호 수는 1,058만건에 달했다. 국민 20%의 개인정보가 수사ㆍ정보기관에 제공된 셈이다.
인권위는 2014년에도 정부에 통신자료제공 제도 조항을 삭제하도록 권고했지만 관련 법 소관부처인 미래부는 범죄수사 지연 등의 이유를 내세워 거부했다. 법무부도 “제출 자료는 이용자 가입정보에 불과해 사생활 침해 정도가 경미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의 이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며 “수사기관이 아무런 통제 없이 통신자료를 가져가는 현재 방식은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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