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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비판 ‘검열각하’는 어떤 권위에도 속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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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비판 ‘검열각하’는 어떤 권위에도 속하지 않는다”

입력
2017.01.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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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동아연극상 특별상 수상 거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맞선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이하 ‘검열각하’) 참여 극단들이 제53회 동아연극상 특별상 수상을 거부했다. 동아연극상 수상 거부는 1964년 상 제정 이래 처음이다.

‘검열각하’팀은 6일 페이스북의 연극인 공개그룹인 ‘대학로X포럼’ 계정에 “특별상 수여 결정 소식을 듣고 신중히 논의를 한 결과 상을 받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검열각하’는 “어떤 기성의 권위나 제도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6월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된 ‘검열각하’ 프로젝트는 5개월 동안 22개 작품, 110회의 공연을 벌였다. 공연비용은 일체의 공공 지원없이 연극인들 스스로 마련한다는 원칙 아래 소셜 펀딩 사이트 ‘텀블벅’ 등을 통해 모은 4,800만원으로 충당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특별상 수상에 대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참여팀의 입장

동아연극상이 ‘권리장전_검열각하’에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 연출가들을 중심으로 이 상을 수상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상의 논의를 시작으로 오프라인에서 몇 회에 걸쳐 신중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논의 과정에는 다양한 쟁점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고 쟁점마다 하나의 단일한 의견을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부딪힌 쟁점에 이견이 존재할 때마다 이것이 다수결 사항인지 소수결 사항인지, 만약 소수결 사항이라면 긍정 의견과 부정 의견 중 어느 쪽 소수를 따라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명료한 대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다만 최대한 민주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고자 노력하였습니다만 민주주의 절차가 언제나 올바른 결론에 이르는 것만은 아니듯 우리가 도달한 결론이 확고하게 올바른 것이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긴 논의의 결론으로 우리는 동아연극상 특별상과 서울연극협회가 수여하는 특별상을 모두 받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데 대체로 합의하였습니다.

장시간 논의 끝에 ‘권리장전 검열각하’가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먼저 동아연극상이 연극계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동아연극상이 동아일보로부터 독립되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특별한 이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동아연극상이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대해서도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동아연극상에서 개별 예술가나 극단, 작품이 수상하는 것과 검열에 반대하는 목적으로 펼쳐진 페스티벌로서 ‘권리장전 검열각하’가 특별상을 수상하는 문제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도 이견이 없었습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 분들이 ‘권리장전 검열각하’에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이 우리 페스티벌에 대한 지지와 인정의 표현이라는 점에도 합의하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하지 않기로 한 것은, ‘권리장전_검열각하’는 검열이나 권위 없이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만나는 세계를 지향하는 광장으로서 그 어떤 기성의 권위나 제도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입니다. ‘권리장전 검열각하’의 광장에서는 공연을 함께 만드는 예술가와 관객이 수평으로 만나는 일 이외에 누구도 다른 권위를 부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서울연극협회가 ‘권리장전 검열각하’에 수여하기로 결정한 특별상 또한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 중에 이 광장을 대표하여 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상을 주시기로 결정해주신 분들의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참여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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