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 갤노트7 쇼크 탈피
반도체서 5조 이익 ‘V자 반등’
올 1분기엔 10조 돌파 예상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위기를 겪은 삼성전자가 한 분기 만에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이란 깜짝 실적을 내 놨다. 반도체 시장이 이른바 ‘대호황’(슈퍼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0조원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실적도 갈아치울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6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53조3,200억원)에 비해 0.6%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조1,400억원) 대비 49.8%나 급증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대에 올라선 것은 역대 최고였던 2013년 3분기(10조1,600억원) 이후 무려 13분기 만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실적도 매출 201조5,400억원, 영업이익 29조2,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4%, 1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악재에도 5년 연속 매출 200조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이어간 셈이다.
4분기 깜짝 실적의 일등 공신은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반도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5조원 안팎의 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반도체 부문 최고 성적이었던 3조6,600억원(2015년 3분기)을 훌쩍 뛰어 넘는 기록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며 반도체 시장이 살아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D램(DDR3 4기가바이트) 가격은 최근 25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18달러에서 두 달 새 40% 가까이 급등했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50% 안팎이다. 가격이 올랐을 뿐 아니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끼어 있는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아 판매량도 늘었다. 원ㆍ달러 환율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갤럭시노트7 단종 비용이 반영되면서 3분기에 1,000억원대로 주저 앉았던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도 4분기엔 2조원대까지 반등한 것으로 점쳐진다. 갤럭시S7이 갤럭시노트7의 빈 자리를 메웠다.
소비자가전 부문도 성수기와 프리미엄 제품 호조가 맞물려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TV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인 양자점(퀀텀닷) TV의 판매가 늘었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상승과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 증가에 힘입어 1조원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D램 가격이 30% 이상 오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데다 하반기엔 애플에 중소형 OLED 패널 공급까지 시작되는 만큼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상승 국면인 환율까지 받쳐주고 있다.
이 경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0조원대를 넘어 40조원대도 가능해 보인다. 맥쿼리투자증권은 4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8’이 흥행할 경우 50조원도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완 맥쿼리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43조1,000억원, 상황이 좋지 않아도 35조원 수준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연간 최고 영업이익이 36조8,000억원(2013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2017년은 삼성전자가 또 한번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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