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고교 농구는 전주고의 전성시대였다. 당시 전주고는 한 해 동안 26연승을 거두며 5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 중심에는 비운의 ‘천재 가드’ 김학섭(35) 전주남중 코치의 계보를 잇는 김현호(29ㆍ원주 동부)가 있었다. 공격은 물론 경기 조율까지 하는 만능 선수로 고교 랭킹 1위 가드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1년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동부 유니폼을 입은 김현호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첫 두 시즌 동안 백업 가드로 뛰다가 2014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했다.
잊혀지는 듯 했던 김현호의 ‘천재 DNA’가 마침내 깨어났다. 김현호는 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고양 오리온과 홈 경기에서 3점슛 5개 포함 17점을 올리며 팀의 89-78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17점은 자신의 올 시즌 최다 득점이자, 3점슛 5개는 데뷔 후 최다 기록이다.
김현호의 폭발로 “1번(포인트가드)이 고민”이라며 한숨을 쉬던 김영만 원주 동부 감독도 숨통이 트였다. 김현호는 1쿼터부터 거침이 없었다. 상대 수비가 느슨한 틈을 놓치지 않고3점포 3방을 터뜨렸다.
2쿼터에도 3점슛 1개와 2점슛으로 5점을 추가한 김현호는 팀이 51-45로 근소하게 앞선 3쿼터 종료 6분28초께 분위기를 가져오는 3점포를 꽂았다. 제스퍼 존슨의 대체 선수 계약 만료로 외국인 선수 1명 없이 뛰던 오리온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슛이 자꾸 터지자 급격히 흔들렸다.
3쿼터를 69-57로 크게 앞선 채 마친 동부는 4쿼터에 두 자릿수 점수 차를 유지하며 승리를 지켰다. 갈비뼈 부상을 털고 12일 만에 돌아온 윤호영(33)은 13점 4리바운드 8어시스트 3스틸로 코트의 리더 역할을 했다. 3연패를 끊은 4위 동부는 16승11패로 공동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은 고양 오리온(18승9패)과 격차를 2경기로 줄였다. 오리온은 이승현이 올 시즌 처음으로 무득점에 그친 것이 뼈아팠다.
원주=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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