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15년 12월 28일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관련한 협상 문서 일부를 공개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정부는 “30년 지나면 공개하겠다”고 버텼지만, 법원은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 40명(지난해 12월 31일 기준)이 그때 가서 보실 수 있겠냐”며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는 6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위안부 합의에 이르게 된 협상 문서를 공개하라”며 외교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공개 대상은 2014년 4월 16일~2015년 12월 27일 진행된 12차례 양국 국장급 협의에서 일본군 등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이 실제 있었는지, 그 사실 인정 여부에 대해 외교부가 만든 문서다. 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국장급 협의 내용 전문을 비공개로 제출하라는 법원의 주문(석명준비명령)도 무시하며 6ㆍ7차 협의 등 일부만 내면서 극도로 노출을 꺼렸다.
재판부는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들에게 결코 지워지지 않을 인간 존엄성 침해 문제고, 우리 국민으로서는 국민의 일원인 위안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한 채무의식이 있는 문제로 사안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당시 합의가 피해자 문제를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해결된다고 규정하는 것이라면,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그 합의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이 합의 내용 해석에 공개적 입장인 점 ▦위안부 합의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본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평가와 배상을 다루고 있어 다른 국가와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 등과는 성격이 다른 점 등을 종합해 “해당 문서를 비공개해 보호되는 국익은 국민의 알 권리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같은 법원 행정1부(부장 김용철)는 민변이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의 위안부 합의 회담 내용을 공개하라”며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외교ㆍ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고, 앞으로 다른 정상회담도 정부의 신뢰성에 큰 흠결을 남길 수 있으며, 외교관계 긴장으로 중대한 국익을 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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