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지인ㆍ차움의원 회원 포함
복지부는 “위원회가 승인 합법”
차병원이 회장 일가 등에게 임산부로부터 받은 제대혈을 임상실험 후 대가 없이 투약하기로 약속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차병원은 2014년부터 진행한 제대혈을 이용한 항노화 임상연구에서 대상자 129명 중 가짜 약으로 주사를 맞는 대조군에게 임상연구가 끝나면 제대혈 혈장을 대가 없이 1회 투약해주기로 했다. 제대혈은 분만 후 탯줄에서 나온 혈액으로 혈액 관련 질환 치료 등에 활용된다.
문제는 대조군에 차병원 회장 일가와 일가 지인, 차움의원 회원 등 9명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제대혈 시술은 중증질환이나 임상연구에 한해서만 허용되는데 임상연구일 경우 무료로 시술을 제공할 수 있지만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술은 한 유닛(unit) 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차병원이 VIP들을 대거 임상연구에 참여시켜 무료 시술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VIP 관리용’으로 임상연구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이 같은 시술은 고가인데다 흔치 않은 것”이라며 “대학병원에 기부금을 낸 사람 등 VIP들에게 로비 차원에서 시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도 “임상연구 참여자는 참여했다고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과도한 이득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상연구가 끝나지 않아 실제 차병원에서 투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 연구가 차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을 받았으므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차병원 측이 연구 대상자를 160명 모집했는데 129명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며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차병원은 차광렬 그룹 총괄회장 일가에게 연구 목적으로 기증된 제대혈을 무단 투여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차 회장과 그 부인 등은 연구와 상관 없이 2~4차례 보양 및 미용 목적으로 불법적인 제대혈 시술을 받아 왔다.
채지선 기자 letmen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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