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에 대하여
강남순 지음
동녘 발행ㆍ264쪽ㆍ1만4,000원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말에 흔히 뒤따를 반응은 “그러죠” 따위 일리 없다. 당신을? 대체 왜? 용서할게 따로 있지! 뭘 잘못했는데? 미안하면 다야? 죗값부터 치르고 말씀하시죠.
‘용서’는 인간이 당면한 난제로 손꼽힌다. 신학이 ‘용서’에 천착했지만 모두를 납득시킬 답은 찾지 못했다. ‘용서에 대하여’는 철학의 눈으로 ‘용서’를 고민한 책이다. 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교수가 썼다.
조건부 용서와 무조건적 용서는 용서를 구성하는 팽팽한 두 축이다. “용서의 가능성은 처벌의 가능성이 전제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는 외침과 “용서란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다”(자크 데리다)는 호소가 맞붙는다.
두 축은 분리할 수 없고 한쪽으로 환원될 수도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두 축 사이에서 끈기 있게 절충하며 용서에 대한 끈임 없는 ‘물음’을 던지자는 제언이다. 용서는 완성할 과업이 아니라 나아갈 여정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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