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
모리모토 안리 지음ㆍ강혜정 옮김
세종서적 발행ㆍ316쪽ㆍ1만5,000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도널드 트럼프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 대중의 뜻밖의 지지를 얻은 정치 아마추어 출신 대통령이다. 이들 ‘굴러 들어온 돌’이 소위 주류인 지적 엘리트를 꺾고 정권을 쥔 것은 ‘트럼프 현상’이 최초가 아니었다는 것.
일본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모리모토 안리 국제기독교대 교수는 대중들이 이런 의외의 선택을 하는 이유를 ‘반지성주의’에서 찾는다. 이는 비단 ‘배운 것들은 싫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자기성찰이 결여된 지성에 대한 환멸, 지성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특권계층에 대한 반감이 주된 동력이다.
반지성주의는 포퓰리즘에 휩쓸리거나 권력에 이용당하기 십상이지만, 타락하는 권력과 지성에 경종을 울리는데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후자가 되기 위해선 ‘지성’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반지성주의를 키운 미국의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식은 넘치나 양심은 실종한 ‘부끄러운 동문’들이 속출하는 한국사회에 적잖이 유용할 논의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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