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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다 이자 비싸도… P2P 대출자들 ‘역발상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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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다 이자 비싸도… P2P 대출자들 ‘역발상 노크’

입력
2017.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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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ㆍ금리조건 등 폭넓은 선택

투자자 입소문에 홍보효과까지

#. 음식점 두 곳에서 연 14억원 매출을 올리던 문진현씨는 작년 9월 추가 매장을 열기 위해 은행 대출상담을 받다가 개인간(P2P)대출업체로 발길을 돌렸다. 은행의 연 3%대 이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새 매장 준비에 필요한 돈(1억원 이상)에 비하면 대출 한도(5,000만원)가 너무 작았다. 문씨는 “금리는 연 7%대지만 9,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던 P2P대출 선택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 재작년 12월 서울 강남에 음식점 연 류경선씨는 개업 당시 P2P업체에서 1억원을 빌렸다. ‘연 5% 이자에 2년 내 상환’이란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대신 향후 매출이 오르면 최고 연 34.9%까지 추가이자를 내야 했다. 류씨는 “시중은행에서 연 4%대 대출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내 가게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여겨 P2P대출을 택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권 대출 금리를 마다하고 일부러 이자 부담이 높은 P2P대출을 이용하는 중소상공인의 ‘역발상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기존 금융권에선 찾을 수 없는 P2P대출만의 매력을 그 이유로 든다. 다양한 대출조건 선택이 가능하고, 대출과 동시에 홍보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5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P2P업체(회원사 27곳)의 누적대출액(3,967억원)은 불과 6개월 전보다 4배 이상 급증할 만큼 최근 P2P대출은 급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중소상공인 중심의 법인신용 대출은 10월 대비 11월 증가율(11%)이 전체 대출 증가율(9.3%)보다 높을 정도로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 저리에 대출이 가능한데도 P2P대출을 찾는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는 무엇보다 다양한 대출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소득증명서 등으로 정형화된 대출 평가를 하는 은행에선 은행이 제시한 결과를 변화시킬 여지가 거의 없지만 P2P대출에선 실질소득, 사업경력, 월 매출 지속성 등까지 폭넓게 고려돼 대출한도나 제출 서류, 금리조건 등이 훨씬 유연하다는 것이다.

실제 앞선 사례의 문진현씨는 기존 운영 업체 월 매출이 1년 이상 꾸준히 1억원을 넘고, 현금흐름이 원활한 점 등이 반영돼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었다. 류경선씨는 월 매출이 1억원 이상이면 추가금리를 내도록 설계된 상품을 이용해 초기 대출금리를 은행 수준까지 낮췄다. 매출이 늘면 연 최고 34.9%까지 추가이자가 붙지만, 월로 환산하면 월 이자가 2.9%인데다 매출이 줄면 다시 금리가 낮아져 실제 부담도 크지 않았다. 한 P2P업체 관계자는 “은행에 비해 P2P대출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실질적인 신용등급이 훨씬 세분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으는 P2P대출 특성상, 대출이 종종 홍보로 이어지는 점도 무시 못할 장점이다. 류경선씨는 “P2P 투자자의 입소문 등으로 6개월 만에 월 매출이 1억원을 넘었다”며 “그만큼 이자도 늘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매출도 오르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지난해 4월 P2P업체에서 2,000여명에게 6억원을 대출 받은 태양광 발전업체 ‘에스파워’ 관계자 역시 “은행 대출도 가능했지만, 친환경 에너지를 알리기 위해 P2P대출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수제맥주기업 ‘더 부스’는 투자자에 맥주시음권을 제공해 홍보효과를 높이고, 투자자와 메뉴개발, 사업아이템 등 다양한 아이디어까지 논의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은 “은행보다 대출받기 쉬우면서 기업가치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P2P대출은 더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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