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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종계 농장 위치도 모르다 하루만에 부랴부랴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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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종계 농장 위치도 모르다 하루만에 부랴부랴 대책

입력
2017.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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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28일 세종시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계란이 외부 수송용 차량(오른쪽)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12월28일 세종시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계란이 외부 수송용 차량(오른쪽)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닭, 오리 등 가금류 살처분 수가 3,000만 마리를 돌파한 지난 3일. 대한양계협회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이는 방역당국 관계자. 그는 다급하게 산란 원종계 농장의 주소와 연락처를 물었다. 산란 원종계는 산란종계(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를 낳는 닭)를 생산하는 닭으로, 농업으로 치면 작물의 종자(씨)와도 같은 양계업의 근본 자산이다. 협회측은 국내에 단 한 곳뿐인 충남 홍성군의 산란 원종계 농장의 정보를 알려줬다. 협회 관계자는 “다짜고짜 전화를 해서 이유를 듣지는 못했다”고 했다.

다음 날인 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민간이 운영하는 이 산란 원종계 농장을 AI로부터 지키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당국은 농장 주변에 소득시설을 설치하고, 주변농가 20곳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했다. 또 주요 도로와 인근지역을 매일 소독하고, 농장 근처로 철새가 날아가지 못하게 천수만(태안군) 일대에 볍씨를 뿌려 철새의 발을 묶어두겠다고 했다. AI 발생 50일째 되는 날이었다.

방역당국이 AI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는 와중에도 양계산업의 뿌리인 산란 원종계 농장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I 발생 후 여러 차례 지적됐던 ‘뒷북 방역’이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5일 농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홍성군 산란 원종계 농장에서 키우는 원종계는 이날 현재 2만4,693마리에 달한다. 산란 원종계 한 마리가 산란종계 50마리 정도를 낳고, 산란종계 한 마리가 약 80~90마리의 산란계를 생산하기 때문에 산란 원종계는 적은 수로도 파급효과가 크다. 원종계 한 마리에서 산란계 4,000~5,000마리가 생산되는 셈이다. 국내 산란종계의 절반 가량은 이곳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절반만 수입으로 대체한다.

그런데 이 농장은 철새가 이동하는 경로에 위치하고, 주변에 닭·오리를 풀어놓고 키우던 소규모 가금농장이 적지 않았던 만큼 AI 발생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방역당국은 해당 농장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갖고 있지 않았고, 가금류가 3,000만마리가 살처분된 뒤에야 부랴부랴 이 농장의 방역대책을 내놓았다. 언론에서 원종계 관련 보도를 쏟아내자, 그제서야 농장 위치와 연락처를 파악한 다음 하루 만에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모인필 충북대 교수는 “AI 발생 직후에 바로 산란 원종계 농가 방역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아무리 민간에서 운영한다 해도 국내 양계산업 기반이 되는 곳인 만큼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농장마저 AI에 무너질 경우, 관련 산업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산란 원종계를 판매하는 회사가 몇 개 없고, 그들도 수출물량이 한정돼 있어 급히 수입한다고 해도 필요한 만큼 물량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스로 일정 물량을 수입한다고 해도 산업기반을 회복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란 원종계는 병아리로 들여오기 때문에 병아리가 자라 산란종계를 낳기까지 최소 6개월, 산란종계가 자라서 산란계를 낳기까지 또다시 6개월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참에 산란 원종계 농가를 AI가 잘 발생하지 않는 강원 등 안전지역으로 옮기거나, 농장 반경 3㎞ 이내에 가금사육을 금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관심ㆍ늑장 대처 지적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실무자들이 주소까지는 몰랐을 수 있다”면서도 “산란 원종계 농가 방역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추후 관리 등에 대한 문제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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