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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인 잠적과 탄핵심판 지연이 박 대통령의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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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인 잠적과 탄핵심판 지연이 박 대통령의 전략인가

입력
2017.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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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5일 열린 첫 증인신문이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파행했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색깔론을 거론하거나 증거조사 절차를 문제삼는 등 본질에서 벗어난 변론으로 논란을 빚었다. 헌재뿐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신속ㆍ공정한 탄핵심판 결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다.

박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의 잠적과 소환 불응은 조직적 양상을 띠고 있다.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헌재의 소환장을 피해 아예 잠적한 상태다. 증인출석요구서가 전달되지 않은 터라 강제 구인할 방법도 없다. 결국 새로 변론기일을 지정해야 하고 그만큼 재판은 늦춰진다. 소환장이 전달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도 별 이유 없이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달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도 불출석했다. 이런 일사불란한 행동은 배후 세력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동시에 의혹의 눈길을 청와대로 쏠리게 한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변론에서 촛불시위를 평가절하하는 막말을 쏟아내 빈축을 샀다. 대리인단은 “촛불집회 주동 세력이 민주노총이고 집회에서 불린 노래의 작곡가는 김일성 찬양 노래를 만든 전력이 있다”며 “촛불 민심이 국민 민심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탄핵심판 증거로 제출한 언론기사를 두고 “북한 노동신문의 극찬을 받은 남조선의 언론 기사를 탄핵사유로 결정한다면 중대한 헌법위반”이라고까지 했다. 시민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촛불시위를 모독하고 최순실 비리를 보도한 언론기사마저 색깔론으로 덧칠하려는 도착적 인식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의 근거로 제출된 증거를 엄격하게 판단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가 재판부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 증거조사 절차를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진행해 달라는 게 대리인단의 주장인데, 헌재는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혼동하지 말라”며 일축했다. 헌재는 이미 준비기일에서 “공직자의 파면 여부를 판단하는 탄핵심판에 범죄를 처벌하는 형사소송법 원칙이 100%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을 고집하는 것은 재판 진행을 늦추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지금의 국정공백 사태는 박 대통령의 실정으로 초래됐다. 그 책임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헌재의 탄핵심판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마땅하다. 본인을 비롯해 핵심 증인들은 당당하게 재판정에 나와 할말을 하면 된다. 온갖 핑계와 꼼수로 어깃장을 놓으면 박 대통령의 처지만 더 군색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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