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개혁의 첫 과제로 삼은 인적 청산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자신들을 겨냥한 인적 청산 요구에 친박계 핵심, 특히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의 반발과 인 위원장을 겨냥한 역공과 비난에 당 전체가 주춤거리고 있다. 인 위원장이 6일로 설정한 인적 청산 시한을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다.
서 의원은 2일부터 연일 인 위원장을 향한 역공에 나서고 있다. 서 의원의 반발은 처음 절차상 문제를 따지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이내 노골적 인신공격으로 치달았다. 4일 기자회견에서는 “대선 이후 국회의장직을 약속하며 탈당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폭로하며 “김정은 식 공포정치”를 비난하느라 열을 올렸다. 5일에는 “성직자는 사람을 살게 해주는 건데,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그분뿐”이라며 “국민이 성직자를 신뢰해서 성직자를 모셨는데 잘못 모셨다”고 비꼬았다.
인 위원장의 대응도 꽤나 유치하다. 서 의원을 ‘썩은 종양’에 비유하는가 하면, 진실공방으로 번진 ‘국회의장직’ 문제에 대해서는 평범한 덕담을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착각과 노욕을 언급했다. 또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더라”고 꼬집었다. 이미 말싸움으로 번진 두 사람의 설전에서는 여당 맏형이나 사실상의 최고지도자로서의 품격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령 ‘국회의장직 보장’ 운운은 국회의장 선출 제도와 새누리당의 당세를 생각하면 애초에 인 위원장이 약속할 수도 없고, 설사 비슷한 말을 했더라도 아무런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그런 뻔한 이치를 외면한, 보장-덕담 논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적 쇄신의 걸림돌은 서 의원만이 아니다. 서 의원을 따르는 일부 의원들은 인 위원장의 행태를 따지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까지 요구했고, ‘2선 후퇴’를 선언한 최경환 의원은 탈당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구ㆍ경북(TK) 지역 대표선수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활동에 나서 있다. 5일 낮 열릴 예정이던 인 위원장과 상임고문단의 오찬이 갑자기 취소된 것도 인 위원장의 인적청산 작업을 당 원로들이 흔쾌히 추인할 분위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인적 청산의 난항과 당내 갈등의 고조는 결국 새누리당이 얼마나 변화에 소극적이고 무감각한 체질인지를 확인시킨다. 발본적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던 비박계가 보수개혁신당으로 떨어져 나간 마당이어서 어차피 시늉에 그칠 반성과 개혁이었다. 그조차 매끄럽지 못하니, 왜 여당이 이 지경이 됐는지 알고도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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