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관내 건설현장 곳곳에서 무허가 차량이 수년 간 건설폐기물을 처리하고 다녔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공무원이 해야 할 폐기물처리 행정업무를 업체가 대신 하는 황당한 일까지 횡행했다.
5일 시 감사위원회의 건설폐기물 처리용역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시가 출범한 2012년 7월부터 2015년 6월 17일까지 폐기물처리업체 2곳이 관련법 상 발급받아야 할 수집ㆍ운반증(임시) 없이 불법으로 폐기물을 처리했다.
폐기물관리법 및 관련 시행규칙은 폐기물을 수집ㆍ운반하는 자는 수집ㆍ운반증(임시)을 발급받은 후 해당 차량에 부착하고, 건설폐기물을 운반토록 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를 무시한 채 무려 3년 간 불법 영업이 이뤄진 것이다. 두 업체가 이렇게 3년 간 수집ㆍ운반한 폐기물은 총 3,211톤(12개 현장)이나 된다. 이 때문에 시는 위법 사항은 물론, 건설폐기물이 어떤 현장에서 발생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당연히 과태료 부과 등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
공사 감독자(공무원)가 작성해야 할 서류를 업체가 대신 작성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상 처리 과정에서 폐기물처리용역 관계자인 공사감독 공무원은 배출인계서, 운반자는 운반인계서, 처리자는 처리인계서를 ‘올바로시스템’에 각각 입력해야 한다. 올바로 시스템은 폐기물의 수집운반, 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을 종이인계서(수기전표) 대신 인터넷을 이용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올바로시스템에 입력된 일부 건설폐기물 배출인계서는 시 인터넷프로토콜 주소(IP)가 아닌 운반업체나 처리업체의 IP 주소에서 입력된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인계서를 공무원이 직접 입력해야 하지만 업체가 시의 올바로시스템 공인인증서나 ID, 비밀번호로 대리 작성했다는 게 시 감사위의 설명이다.
시는 모 산하기관의 리모델링공사와 관련, 업체가 폐기물량이 늘었다는 이유로 설계변경을 요구하자 이를 제대로 확인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시는 업체가 블록깔기 및 기존음수대 철거 등 추가공정이 발생했다며 당초 계획보다 많은 폐기물 계량증명서를 내자 예산 600여만원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준공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시가 현장 확인은 물론, 설계변경 사유와 타당성 등을 따져보지 않았다고 시 감사위는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건설현장이 워낙 많다 보니 폐기물 처리 차량이 부족해 전국 각지에서 화물차량이 몰려와 임시 수집ㆍ운반증을 많이 발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미처 관리를 제대로 못했고, 올바로시스템 상 확인이 안 되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바로시스템 입력 문제는 초기 공무원들이 할 줄을 몰랐던 데다 업자나 업체와 아이디 및 비밀번호 등을 함께 사용하다 보니 빚어졌다”며 “앞으로 업무를 보다 철저히 해 나가고, 올바로시스템 개선 등도 요청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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