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증가 추세에 경쟁 과열
할인율 등 미끼 혜택 부풀리고
위약금ㆍ약정기간 허위 설명 여전
공정위 민원, 3개월간 1376건
“위약금 상한제 등 대책 마련을”
#주부 박모(43)씨는 인터넷(IP)TV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에 가입하면 인터넷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고, 중간에 해지하더라도 IPTV의 위약금만 물면 된다는 설명에 덜컥 계약을 했다. 그런데 막상 해지를 하고 나니 상황은 정반대였다. IPTV 위약금은 가입 당시 안내 받은 23만원보다 6만원이 많은 29만원이 청구됐고, 얼마 후 30만7,000원의 인터넷 위약금을 내라는 청구서도 날아왔다. 가입자 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리점에서 제멋대로 위약금을 줄여 안내한 것이었다. 공짜 인터넷이란 말에 혹했던 박씨는 위약금만 60만원을 물어야 했다.
#인터넷과 IPTV 결합상품을 4년째 이용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52)씨는 최근 자신의 약정기간이 3년이나 더 늘어난 걸 알게 됐다. 지난해 8월 전화를 걸어온 고객센터 상담원이 “3년 다시 약정해야 할인이 된다”던 말이 떠올랐다. 김씨는 “내 동의 없이 재약정이 이뤄졌다”며 “당장 해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이미 재약정이 돼 있어 해지하면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최근 3개월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들이다. 결합상품 가입자를 늘리려는 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자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허위 마케팅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할인율을 부풀려 고객을 유인하는 ‘낚시 마케팅’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5일 녹색소비자연대 산하 정보통신기술(ICT) 소비자정책연구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결합상품 가입자는 2011년 401만명에서 지난해(6월 기준) 1,237만명으로 증가했다. 결합상품은 모바일과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을 묶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IPTV와 인터넷 기본 묶음에 모바일까지 결합한 상품 가입자는 같은 기간 109만명에서 612만명으로 5.6배나 늘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IPTV와 인터넷을 묶은 결합상품이 중심이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기 쉬운 휴대폰 요금까지 묶어 할인해주는 식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입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입자가 증가한 만큼 피해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 1372센터가 작년 9~11월 접수한 결합상품 민원은 1,376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15~16건 접수된 셈이다. 특히 위약금 관련 피해 접수가 1,000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과도한 위약금 문제를 파악한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약정 기간에 따른 정확한 할인액과 위약금을 고객에게 미리 고지하도록 주문했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결합상품으로 가입자를 최대한 묶어두려는 통신사들이 혜택만 부풀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관행이 가장 큰 문제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사업자 잘못으로 부당한 위약금이 발생할 경우 위약금이 면제되도록 하고 위약금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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