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도 기름 부어
거칠 것 없어 보이던 강(强) 달러 현상이 미국발 악재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5일 원ㆍ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20원 넘게 급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위안화, 엔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 가치도 동반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1원(1.67%) 내린 1,186.3원에 마감돼 지난달 23일 이후 8거래일 만에 다시 1,200선 아래로 주저 앉았다. 환율이 20원 이상 급락한 건 작년 6월7일(20.9원 하락)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 급락은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달 의사록이 4일(현지시간) 공개된 뒤, 최근 연일 상승하던 달러화 가치가 1% 가까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FOMC 위원들은 지난달 회의에서 “재정정책을 포함해 장래에 이뤄질 정책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FOMC가 시장이 점쳤던 금리인상 가속화에 대한 뚜렷한 신호 없이 트럼프 시대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키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1.1%)이 39개월 만에 처음 1%를 넘어서면서 나타난 유로화 강세에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 고시한 것도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중국 역외 위안화 환율은 1% 이상 급락하며 두 달 만에 달러당 6.8위안 선이 무너졌고, 엔화 환율도 장중 달러당 117엔대에서 115엔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향후 환율 방향에 대해선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이란 전망과 “위안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이주언 유진투자선물 연구원)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6일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의 1,200원선 반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