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권력적폐 청산’ 공약
국정원, 국내ㆍ해외 정보 밀접
무 자르 듯 가르기 쉽지않아
靑집무실 광화문 청사로 이전
총괄 지휘할 독립공간 사라져
수사권 분리ㆍ공수처는 바람직
경찰 권한 비대화는 막아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5일 내놓은 ‘권력적폐 청산 3대 방안’은 청와대와 검찰,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대선 공약이다. 첫 대선 공약을 3대 권력기관에 맞춘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이들의 대수술이 필요한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혁 내용의 문제 의식이나 시의성에선 긍정 평가했으나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달았다.
국정원은 해외안전정보원으로 바꿔 국내 정보 수집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게 골자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원이 댓글 사건이나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처럼 민감한 국내 정치 상황에 개입하거나 의혹의 중심에 서는 것을 아예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에서 정한 국정원의 역할 조정, 기존 국정원의 국내 업무를 어느 기관으로 넘길 지 등 또 다른 숙제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해외 정보와 국내 정보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무 자르듯 나눠 한 쪽만 맡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국정원이 직무 수행 범위를 넘어서는 것을 감시ㆍ통제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청와대 개혁은 최순실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반복될 가능성을 없애는 데로 방향이 맞춰졌다. 문 전 대표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청와대 시설을 국민에게 개방하고, 청와대 기능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문제를 떠나 청와대 내부마저 공간의 거리 때문에 소통에 장애가 많았고, 서울과 세종으로 나뉘어진 정부청사 역시 의사 소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창길 세종대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이 광화문으로 나오면 대통령과 부처 사이 거리감이 개선되고,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 같은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병민 경희대 교수는 “정부청사는 총리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행정을 집행하는 공간인 반면,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행정 업무 외에 해외 정상 방문 때나 국가 안보 위기 상황 등을 총괄 지휘하는 독립 공간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행적을 24시간 공개키로 한 상태에서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면 경호, 보안 문제도 복잡해진다.
검찰 개혁을 위해 제시한 검찰의 수사권ㆍ기소권 분리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다. 비록 검찰이 박 대통령의 혐의까지 밝혀내 탄핵정국을 주도했지만, 그 전까지 보여준 행태는 ‘통제가 필요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창무 중앙대 교수는 “검찰이 무소불위 권한을 잘못 사용하면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고위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를 집중 감시하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면서도 “검찰이 사실상 이원화 하면서 업무나 수사에서 혼선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이날 발표대로 청와대 경호실을 없애고 경호 기능을 경찰청으로 이관할 경우 경찰에 지나치게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문 전 대표가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를 약속한 만큼 분권화를 통한 경찰 권한의 비대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 대부분이 2012년 대선 당시 공약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주요 분야 모두 나아진 게 없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르면 내주 재벌 개혁 관련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식 대선출마 선언도 하지 않고 속도전을 펴는 것은 반기문 효과 차단용으로 해석된다.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에 앞서 개혁 이슈를 선점해 여론조사의 대선주자 1위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은 귀국하더라도 곧바로 정책ㆍ공약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혁 공약을 통해 확실히 치고 나가겠다”고 전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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