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3척 26차례나…부산지역 관광업계 ‘비상’
사드 배치 보복 조치, 제주 강정항 7월 개항 영향 등
아시아 최대 퀀텀호, 부산 13차례ㆍ제주 35차례 기항
새해 들어 부산항에 기항을 신청했던 외국 크루즈선들이 무더기로 기항을 취소, 부산 관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5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올해 31척의 외국 크루즈선이 269회에 걸쳐 부산항에 기항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연초부터 취소 통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을 기준으로 3척이 26차례 기항을 취소했다.
MSC사의 리리카호(6만6,000톤급)의 경우 애초 43차례 기항하기로 했다가 21차례로 절반 넘게 줄였고, 프린세스크루즈사의 마제스틱호(14만3,000톤급)는 13차례에서 11차례로, NCL사의 노르웨지안 조이호(16만4,000톤급)는 8차례에서 5차례로 부산기항을 축소했다. 이에 따라 크루즈선을 타고 올 관광객 수도 지난해 말 예상한 68만여명에서 59만5,900여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마제스틱호와 조이호는 올해 부산에 새로 기항하는 초대형선이다. 한번 기항할 때 타고 오는 관광객 수가 각각 평균 3,560명과 4,088명에 이른다. 기항횟수를 가장 많이 줄인 리리카호는 1,968명이다.
BPA는 기항 취소 이유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와 하반기 제주 강정항 개항 등으로 보고 있다.
부산에 기항하는 외국 크루즈선 대부분이 중국 상하이나 톈진에서 출발하고 승객 대다수가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크루즈선을 이용한 자국민의 한국 관광을 규제하면서 승객 모집이 어려워진 신규 취항 선사 중심으로 부산항 기항 취소 사태가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제주에 22만톤급 크루즈선까지 수용하는 강정항이 올해 7월 문을 여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부산항 기항을 줄인 외국 크루즈선사들이 제주항 기항횟수는 계획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퀀텀 오브 더 시즈(16만8,000톤급)호는 올해 상반기 부산항에 13차례 기항하지만, 강정항이 개항하는 하반기엔 기항 횟수가 7차례로 뚝 떨어진다. 대신 강정항에는 퀸텀호가 올해 하반기에만 35차례나 기항한다.
이에 지난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던 부산의 크루즈 산업이 올해 정체기를 거쳐 내년엔 자칫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BPA 관계자는 “취소 사태가 더 이어지면 올해 부산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이 지난해 57만명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며 “해양수산부가 매년 제주에서 크루즈포럼을 개최하고 선용품 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제주를 중심으로 크루즈 육성책을 펼치고 있는데, 부산에도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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