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34)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정치적 행보로 보이는 활동을 강화하면서 그의 정계 진출은 물론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전세계 소외지역에 대한 관심과 소통 강화, 인종차별 반대 등에 앞장서온 저커버그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반기는 분위기가 크지만 막대한 뉴스 영향력을 지닌 페이스북이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온라인 매거진 슬레이트는 4일(현지시간) “저커버그가 무신론자이자 IT 성공 신화를 이뤄낸 냉혈한의 사업가 이미지에서 탈피해 휴머니즘적인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며 “정계 진출을 앞둔 이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정치 행보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저커버그는 앞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신년 목표로 “미국 전역의 30여 개 주를 돌면서 다양환 사람들의 삶과 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듣겠다”고 밝혀 그의 정계 진출설을 더욱 부채질했다. 미 언론들은 “저커버그의 신년 목표가 지지율 결집을 위한 정치인들의 전국 순회 캠페인을 연상케 한다”며 “사실상 정치적 야망을 암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커버그의 변화는 2015년 말부터 감지됐다. 저커버그는 2015년 12월 자신이 보유한 페이스북 주식의 99%(약 450억달러ㆍ약 52조1,100억원)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당시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너희 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작을 일을 하고 싶다”고 자신의 사회적 소명을 밝혔는데 이때부터 정치적 행보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에 ‘무신론자’라고 써놓기까지 했던 저커버그가 지난해 갑작스레 종교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점도 연장선상에서 해석되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일 유대교의 봉헌절 기념일인 ‘하누카’를 축하하면서 “유대인으로 자랐고 (종교에) 의문을 품는 시기를 거쳤지만 지금 나는 종교가 아주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영국 가디언은 “저커버그가 무신론자임을 포기한 건 미국 대통령 후보가 가져야 할 최대의 의무 중 하나를 비로소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을 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는 그간 페이스북 사업 프로젝트와 기부, 사회 참여 등을 통해 자신이 꿈꾸는 세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왔다. 그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맞춰 200억 달러에 달하는 청정에너지 개발기금 마련에 참여했고, 미국의 이민자 보호와 비자 프로그램 확대를 위한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한 전세계 무료 인터넷 보급을 목표로 미국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 X’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인공위성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저커버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그의 원대한 이상이 더욱 실현 가능한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세계 주요 뉴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페이스북의 CEO가 정치적 견해를 표출할 경우 여론 왜곡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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