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인구지도에 반발한 여성단체
자판기 모형 쓰고 정부서울청사 앞 시위
“출산 의무 아냐.. 환경부터 개선을”
“여성은 아기 자판기가 아닙니다.”
정부가 만든 가임여성지도에 뿔이 난 여성들이 항의 차원에서 가임 거부 시위에 나선다. 5일 익명의 개인 여성들이 결성한 단체 ‘BWAVE(Black Wave)’에 따르면, 이 단체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가임 거부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건 지난달 행정자치부가 만든 ‘대한민국 출산지도(birth.korea.go.kr)’ 때문. 지역별 가임 여성 수를 공개하고 순위를 매긴 건데, 거센 역풍을 맞고 현재는 홈페이지를 닫고 수정 작업 중이다.
시위 주최 측은 “정부가 우량 암소 통계를 내듯 가임여성지도를 만들었는데, 저변에 ‘이렇게 많은 여성이 있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남성중식적 시각이 있다”며 “출산지도를 만든 행자부 수장 홍윤식 장관의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시위를 통해 저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려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할 생각이다. 주최 측은 “선진국은 부모가 양육책임을 분담하고, 출산한 여성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왔다”며 “그런 노력 대신 무조건 아이를 낳아 어떻게든 키우라고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실제 국내에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말 발간한 ‘저출산 대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한 직장 여성 10만3,898명 가운데 13.4%(1만3,893명)는 1년 내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출산 후 자녀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일ㆍ가정 양립 지원제도가 미흡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거, 교육, 안전 등 여러 관점에서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아이를 낳지 않으면 여성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처럼 바라보는 시각은 여성도 동등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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