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신호’로 추정되며 천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온 우주 속 라디오 파열음(FRB)이 지구에서 30억 광년 떨어진 왜소 은하에서 만들어진 전파라는 관측결과가 나왔다.
5일 미국 CNN은 코넬대ㆍUC버클리대 등 출신 과학자 20여명으로 이뤄진 연구진이 지난 10년간 정체 불명으로 여겨지던 라디오 파열음의 시작점을 밝힐 실마리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이 과학전문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이 파열음은 우리 은하 내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기존 예측과 달리 지구로부터 30억 광년 떨어진 왜소 은하 마차부자리(Auriga)에서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미 채터지 코넬대 연구자는 “이 라디오 파열음들은 30억 광년 거리에서도 관측될 만큼 거대한 양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이 확실시된다”고 발표했다.
마차부자리는 우리 은하의 1% 정도에 불과한 소규모 은하다. 연구진은 파열음이 관측되는 직경 1분각(60분의 1도)의 하늘에 운집한 수많은 항성과 은하 중에서 원천 지점을 좁혀내는 작업을 거쳐 신호의 출발점을 포착했다.
우주 속 라디오 파열음은 2007년 처음 포착된 이후 최근까지 원천에 관해서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다. 10년 간 총 18가지의 라디오 파열음이 확인됐으나 모두 비전문적인 전파망원경으로 포착돼 시작 지점을 보다 정확하게 추려내기 어려웠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이번에 근원이 밝혀진 파열음은 2012년 코넬대 연구진이 처음 관측한 ‘FRB121102’로 명명된 회당 0.003초 길이의 신호다.
연구진은 이제 마차부자리 은하 내에서도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라디오 파열음이 생겨났는지를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추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중성자 별이 만들어낸다는 가설이고, 두번째는 활동은하핵(AGN)이라 불리는 왜소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에서 생겨난다는 주장이다. CNN은 “외계인을 믿는 이들에게 아쉬운 소식이지만, 외계문명이 지구에 보낸 신호로 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