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이상 등과 함께 일제강점기 대표 작가로 꼽히는 구보 박태원(1909~1986)의 87년 전 결혼식 방명록이 책으로 나온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소장유물자료집 ‘구보 결혼-구보 박태원 결혼식 방명록’을 간행했다고 5일 밝혔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으로 알려진 박태원은 1934년 10월 24일 경성에서 한약국을 하는 김하중과 이연사의 딸 김정애와 결혼했다. 사흘 뒤인 27일 열린 피로연에는 당시 이상 김기림 이태준 정지용 등 당대 대표 예술가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이 방명록은 양장본 형태로 참석자 30명의 축하메시지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박태원과 절친한 사이였던 이상은 ‘면회 거절 반대’라는 글을 남겼다. 구인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정지용은 ‘꽃피였으니 열매 열고 뿌리는 다시 깊히(당시 표기)!’라고 적었다. 구인회 멤버였고 구보의 한국전쟁 이후 월북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이태준은 ‘1+1=1’이라고 썼다.
책에는 방명록과 함께 구보 전문가인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의 ‘구보 박태원의 소설세계’와 박태원의 장남 박일영의 ‘구보 박태원의 생애와 연보’도 함께 실렸다. 권영민 교수는 “이 방명록은 우리 문단사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희귀한 풍속사의 자료로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명록은 박태원의 유족들이 2012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유물 40건 중 하나다. 서울책방(02-739-7033)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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