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폐기가 첫 행정명령 될 것”
관련 예산 대폭 감축안도 발의
오바마, 의회 찾아 “저지” 주문
권력 이양 과정서 신경전 가열
향후 미국의 진로를 둘러싸고 떠나는 ‘현재 권력’(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다가올 ‘미래 권력’(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사이의 격돌이 시작됐다. 두 권력의 대치는 ‘오바마케어’를 둘러싸고 시작됐지만, 트럼프 초기 내각 각료 인준 및 대 러시아 정책 등으로 번질 기세다.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은 4일(현지시간) 오바마케어 폐기 처리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공세는 새로운 권력이 먼저 취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이날 연방의회에서 “우리의 첫 번째 행정명령은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그것을 대체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라며 “그 일은 첫날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오바마케어 폐기를 주장해온 마이크 엔지(와이오밍) 상원 예산위원장도 이 제도의 신속 폐기를 겨냥한 ‘예산 결의안’을 발의했다. 향후 10년간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최소 10억달러 이상 감축하는 내용의 이 결의안이 공화당 주도로 통과되면, 오바마케어는 예산 부족으로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의회를 방문, 민주당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막아줄 것을 당부했다. 90분간 회동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폐기한 뒤 공화당이 대체 조치를 통과시키는 것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공화당의 새로운 계획을 ‘트럼프케어(Trumpcare)’로 부르기 시작해달라”고 덧붙였다. 공화당 조치로 발생할 의료부문의 혼선과 그에 따른 피해를 부각시켜 저소득층에게도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려는 오바마케어의 명분을 유지해 달라는 의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대국민 입장 발표 차원의 ‘대통령 서한’을 공개하며 오바마케어와 파리기후변화협정 비준 등에 대해 “바통을 넘겨주고 일반 시민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자평한 뒤 “백인 노동자가 수혜자인 건강보험을 빼앗고 사회보장 제도를 민영화 하는 것은 불평등 해소에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오바마케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척 슈머 차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적극 호응했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슬로건을 인용, “트럼프와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폐기로 ‘미국을 다시 아프게’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은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대립이 향후 트럼프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상징적 대결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삼아 온 오바마케어를 신속하게 폐지하고 그 이후 후속조치도 깔끔하게 마무리할 경우 여세를 몰아 조세개혁ㆍ국방ㆍ안보 등의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트럼프 당선인도 폐지 과정에서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적용 범위가 형편없고 보험료가 엄청나게 오른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 공화당은 조심하라”고 주장했다. 폐기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을 공화당이 뒤집어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신ㆍ구 권력의 대립이 승패를 가리지 않고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의 공세를 민주당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지만, 공화당도 부작용 없는 폐기를 위해서는 일부 핵심조항은 당분간 존속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신경전에도 불구,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군 수뇌부와 별도 회동을 갖고 차기 권력으로의 매끄러운 통수권 이양을 다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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