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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차단…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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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차단…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입력
2017.01.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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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ㆍ기재부 업무보고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 부과 가능해져

가맹점주 상대 갑질 못 하도록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활성화

협동조합, 금융업 진출도 허용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2000년). 미국 변호사사무실 사무원 에린 브로코비치가 거대기업 PG&E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이끌며 3억3,000만달러의 배상액을 받아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에린 브로코비치가 거액의 배상을 받아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미국 특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때문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2000년). 미국 변호사사무실 사무원 에린 브로코비치가 거대기업 PG&E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이끌며 3억3,000만달러의 배상액을 받아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에린 브로코비치가 거액의 배상을 받아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미국 특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고의적으로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히는 경우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자영업자)를 상대로 ‘갑의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하는 대안으로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7년 업무보고에서 “제조물 결함에 따른 피해 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제조물책임법(PL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고의적으로 소비자의 생명ㆍ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히면 실손해의 최대 3배를 보상하도록 하는 것인데,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실제 발생한 손해만 배상하도록 하는 현행 민법 체계와 배치되는 요소가 있어, 지금까지는 하도급법이나 대리점법 등 특수한 거래관계를 규정한 법에만 배액배상(특정 배수만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의 형태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되거나 가공된 모든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매우 포괄적 법률이어서, 공정위 방안대로라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사실상 거의 모든 상품거래 관계에 적용될 수도 있다.

제조물 결함으로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 소비자가 기업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도 완화된다. 지금은 제품 결함뿐 아니라 결함이 손해와 직접적 연관관계가 있다는 점까지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한 경우라면 연관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뀐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달 중 협동조합 형태를 가진 프랜차이즈 창업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 담긴 제2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동조합은 공동 목적을 가진 5인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조직한 사업체로, 자영업자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본사)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자격으로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는 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협동조합 프랜차이즈가 늘어날 수 있도록 ▦설립ㆍ운영에 필요한 기술개발 ▦홍보 및 마케팅 ▦장비 구입 비용 등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협동조합의 금융ㆍ보험업 진출을 막고 있는 장벽도 열어 줄 계획이다. 지금은 협동조합기본법상 이런 제한이 있어, 농업협동조합(농협)이나 수산업협동조합(수협)은 농협법 및 수협법 등 개별법을 통해서만 금융ㆍ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는데, 기본법상 제한을 풀어 주는 쪽으로 제도를 바꾼다는 얘기다.

한편,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움직임과 관련, “마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위원장은 대신 “전속고발권을 보완하기 위해 의무고발요청제 대상 기관 수를 확대하거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의무고발요청제도는 감사원·조달청·중소기업청이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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