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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틀리프가 귀화를 택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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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틀리프가 귀화를 택한 3가지 이유

입력
2017.01.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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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의사를 내비친 리카르도 라틀리프. KBL 제공
귀화 의사를 내비친 리카르도 라틀리프. KBL 제공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8ㆍ199㎝)는 최근 “(한국에)귀화를 하고 싶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흘려 들었다. 이후 한 번 더 “한국 여권을 원한다”고 진지하게 다시 말했다. 라틀리프는 진심을 담았다. 이에 이상민 삼성 감독과 구단은 라틀리프의 의사를 재차 확인했고, 대한민국농구협회와 한국농구연맹(KBL)은 5일부터 심도 있는 논의에 들어갔다.

2012년 울산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데뷔한 라틀리프는 최고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큰 키는 아니지만 육중한 체구를 바탕으로 골 밑 장악력이 뛰어나고, 육상 선수 못지 않은 스피드로 속공 가담에도 능하다.

라틀리프는 모비스의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2015~16시즌부터 삼성에서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성적은 26경기에서 평균 22.85점, 12.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삼성이 선두를 질주하는데 일등 공신이다. 올 시즌을 포함한 5시즌 평균 기록은 17.09점, 9.5리바운드다. 또 매 시즌 50경기 이상을 뛸 정도로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라틀리프가 귀화를 결심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라틀리프는 2014년 모비스 시절 대만에서 개최된 국제대회 윌리엄존스컵에 출전했다. 당시 대회에는 모비스가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이 때 라틀리프는 팀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상(MVP)까지 수상했다. 그는 “우승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여기에서 은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는 귀화 혼혈선수 문태영(39)의 영향이다. 라틀리프는 문태영과 모비스에서부터 삼성까지 계속 한솥밥을 먹었다. 문태영은 국내 선수 신분으로 다년 계약을 하고, 올 시즌 7억1,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반면 라틀리프는 외국인 선수라서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한다. 문태영처럼 라틀리프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팀 동료 주희정(40)이 KBL 사상 처음으로 1,000경기 출전을 달성하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라틀리프는 “매년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전 세계를 옮겨 다니는데 나도 주희정처럼 오랫동안 한 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라틀리프가 귀화를 하면 높이의 열세 때문에 고전해왔던 대표팀에도 큰 힘이 된다. 올해 주요 국제대회는 없지만 11월부터 2019년 농구 월드컵 지역 예선이 홈 앤드 어웨이로 시작되고, 2018년에는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또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도 한국 남자 농구의 숙원 가운데 하나다.

라틀리프의 귀화 의사는 확고하지만 실제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라틀리프는 특별 귀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귀화는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대한체육회에 라틀리프를 추천하면 체육회에서 이를 심의한다. 체육회 심의를 통과한 이후 체육회가 법무부에 다시 특별귀화 추천을 하고 법무부 승인이 되면 라틀리프의 귀화 절차가 마무리된다.

농구에서 지금까지 특별귀화 사례는 문태종(오리온), 문태영, 김한별(삼성생명) 등 세 명이 있다. 이들은 모두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다. 지난해 여자농구 첼시 리가 체육회 심의를 통과했으나 법무부 심사 과정에서 서류 위조 사실이 발각됐다. 한국계가 아닌 라틀리프가 특별귀화를 하면 농구에서는 첫 사례가 된다. 또한 라틀리프가 귀화하면 리그에서 국내 선수 신분을 인정할 것인지 또는 현 소속 팀의 우선권을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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