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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조기구이

입력
2017.01.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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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핀란드에 잠시 들렀던 적이 있다. 싼 비행기 표를 찾다 보니 어쩔 수 없었는데 그런 김에 핀란드에서 딱 하루만 머물기로 했다. ‘가모메 식당’이라는 일본 영화 때문이었다. 식당 주인 사치에가 운영하는 정갈한 일본 가정식 식당 이야기였는데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어찌나 다정하고 담백한지 영화를 촬영한 실제 식당이 그곳에 있단 소리를 듣고 언젠가는 꼭 가보겠다 생각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그곳엘 들르지 못했다. 헬싱키의 좁은 호텔방 침대에 걸터앉아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곧 포기했다. 트램을 여러 번 갈아타기는 번거로웠고 비싼 택시비를 감당하기에는 그만큼의 절실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텔 앞 샌드위치 가게에서 두 끼를 해결하는 것으로 핀란드에서의 식사를 모두 끝냈다. 생선살 하나 바스러질까 조심조심했던 식당 주인 사치에의 이미지 따위 나는 단박에 접었다.

엄마는 사흘 간 우리 집에 머물렀다. 15개월 손녀에게 밥상을 차려주느라 엄마는 사치에처럼 조심조심 조기를 구웠다. 그리고 딱 한 마리만 구웠다. “이건 그냥 조기가 아니야. 진짜 맛있는 거거든.” 그래서 조기는 아기만 먹을 수 있었다. 엄마는 엄지와 검지로 조기살을 살살 비벼 생선가시를 완벽하게 발라냈다. 우리는 조금 토라진 채로 무나물이나 고추장아찌만 집어먹었다. 어차피 헬싱키에서도 나에게 생선을 곱게 구워주는 사치에를 만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도 15개월 아기였을 때에는 그렇게 가만가만 발라낸 조기살을 받아먹었겠지. 그 마음으로 토라진 마음을 달랠 밖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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