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은 헌법재판… 형사재판 아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해달라는 대통령 측 요구를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핵심 증인들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못 하게 하려는 대통령 측 지연 시도를 재차 무마시킨 것이다.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 법률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탄핵심판의 ‘절차진행’에 관해서만은 우선적으로 형사소송 법령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형사법 위반 소추사유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상 핵심적인 증거법칙 특히 전문법칙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모두발언에서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와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 등을 고려할 때 탄핵심판절차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요청이 존중돼야 한다”며 “신속한 절차진행에만 매몰된 나머지 실체적 진실 발견을 등한시한다거나, 실질적 법치주의의 원리와 적법절차, 무죄추정의 원칙 등 다른 중요한 헌법적 가치와 이념이 무시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앞으로 이 사건 증거조사와 사실확인 과정에 ‘전문증거(傳聞證據) 법칙’을 적용하기 위해, 형사소송절차를 준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전문증거 법칙은 검찰 진술조서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간접 증거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형사소송 원칙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절차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하지만 각종 고발사건이나 법원에서 재판 중인 형사사건과 는 다르다”면서 “변론의 쟁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양측이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앞서 수명재판부가 준비기일에서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소추위원단 측이 모순된 법리를 바로 잡으라는 재판부 요청에 대해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상상적 경합으로 보는 1990년대 판례도 있다”고 답하자 “지금도 죄수론(죄의 수를 따지는 형법이론)이 나오는데, 형사법하고 혼용하지 말아달라”며 말을 끊었다.
소추위원단 측도 모두 발언에서 “이 사건은 형사재판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헌법심판이다”며 “탄핵사유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통령을 파면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개개의 사유를 따져 형량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사법의 증거조사 방식 증거법칙을 그대로 준용할 수는 없다”면서 “국회는 이미 확인된 것만 선별해서 탄핵소추 사유를 정리했다”며 증거조사에 대한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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