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진건설과 기부채납 법적 다툼
市, 요구대로 채납 규모 줄이며
업체에 수백억 이익 넘겨줘
시민단체 “시민 재산 양보한 것”
市는 “판결 이후 재조정 가능”
경기 고양시가 기부채납 문제로 소송 중인 한 건설사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비공개협약을 맺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시는 착공을 서두르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소송을 제기하고 뒤로는 이를 용인하는 협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배경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 이 협약대로라면 해당 건설사는 막대한 이득을 볼 수도 있다.
4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9월 요진건설개발이 일산 백석동에 신청한 59층 높이의 주상복합(2,404가구)과 단지 상가시설의 사용 승인을 내주면서 요진이 지어 시에 기부채납 하기로 한 업무빌딩의 건축규모를 3만3,000여㎡(1만평)로 착공하는 비공개 협약을 맺었다. 시는 그 동안 업무빌딩 기부채납 규모를 6만6,000여㎡(2만평)로 해줄 것을 요구했고, 요진 측은 2만8,000여㎡(8,500평)만을 기부채납하겠다며 맞서왔다. 시는 이런 비밀협상을 맺고도 요진의 요구에 따라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고양시는 도시계획시설 기부채납 산출근거를 명시한 도시계획조례 등에 기반해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시는 지난 5월 소송을 제기, 4차 변론까지 진행하는 동안 업무빌딩은 6만6,000여㎡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하지만 시는 1심이 끝나기 전에 재판의 쟁점인 건축면적을 줄여버린 것이다. 시가 도중에 입장을 바꿔 요진의 손을 들어준 것이어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합의 내용대로 업무빌딩이 3만3,000여㎡로 확정될 경우 요진 측이 부담해야 할 건축비는 1,200억원 대에서 절반으로 줄어든다. 요진은 그만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고 시는 반대로 손해를 입게 된다.
시가 사업자에 유리하게 합의 내용을 작성함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 불리한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시의회 A의원은 “재판을 제기해놓고 도중에 합의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재판에 영향을 미쳐 고양시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시와 요진이 갈등을 빚는 것은 기부채납 관련 협약을 할 당시 기본에 속하는 땅값 산출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시는 2010년 한 차례 불허했던 요진 소유의 일산 백석동 유통업무시설 부지를 개발민원이 많다는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주상복합용지로 용도 변경해주면서 단지 내 1만6,984㎡의 땅값만큼 업무시설용 건물을 기부채납 받기로 했다. 이후 시는 용도 변경된 땅값을 기준으로 ㎡당 750만원으로 계산해 1,200억원대, 6만6000여㎡(2만평)를 요구했으나 요진건설은 용도 변경 이전 ㎡당 310만원을 제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시는 앞서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지어 기부채납 받기로 한 1만3,224㎡(4,000여평)의 학교부지도 기부채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경기교육청 등의 해석을 이유로 2012년 300억원대 부지 소유권을 요진 측에 무상으로 넘겨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조대원 맑은고양만들기 시민연대상임대표는 “시의 이번 조치는 막대한 개발 차익을 얻은 요진에 또 특혜를 준 것으로 시민의 재산을 양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최종심 판결까지 너무 오래 걸려 건축부터 진행하기 위해 장고 끝에 협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건축 허가면적은 2만평이며, 우선 1만평만 착공한 뒤 향후 법원 결정에 따라 건축규모를 조절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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