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거짓말쟁이 성직자 떠나라”
거친 말 쏟아내며 폭로전까지
조기 전당대회 카드도 꺼내들어
친박 핵심 정갑윤도 탈당 의사
힘 균형추는 인명진 위원장 쪽으로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4일 인적 청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향해 “거짓말쟁이 성직자” “폭군” “개혁보수의 탈을 쓴 극좌파” 등으로 거칠게 비난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탈당하면 국회의장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전을 벌이는가 하면, 비대위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 카드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정현 전 대표에 이어 이날 친박 핵심인 정갑윤ㆍ홍문종 의원까지 인 위원장에게 탈당 여부를 위임하면서 균형추는 인 위원장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커서 성직자를 모셔왔더니, 그 분이 정치인보다 더한 거짓말 솜씨를 보이고 있다”며 “무법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벌이며 당을 파괴하고 있다. 거짓말쟁이 성직자인 인 위원장은 이제 당을 떠나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인 위원장은 새로운 패권주의로 국회의원들을 ‘전범 ABC’로 분류하고 정치적 할복자살을 강요하며 노예 취급하고 있다”며 “당을 개혁하러 왔느냐, 아니면 당을 파산시키러 왔느냐”고 반문했다.
서 의원은 또 “인 위원장은 비정상적 체제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통성 있는 진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대를 열면 당원 투표에 의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는 막을 내린다. 인적 청산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인명진 비대위원장 체제’를 갈아엎겠다는 의중을 공식화한 셈이다.
서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인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그만두시고 대선 끝나면 제가 노력해서 여당 의장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며 추가 폭로에 나섰다. 그는 “그런데 (제가) 무소속으로 나와 있거나, (새누리당이) 3당, 4당 되면 의장이 될 수 있습니까. 그런 정치하면서 남을 그렇게 하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자진 탈당 데드라인으로 정한 6일이 다가오면서 견고했던 친박계의 스크럼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친박 핵심인 정갑윤 의원은 이날 탈당 의사를 밝혔고, 홍문종 의원도 자신의 거취를 인 위원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도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일임하는 위임장을 제출하며 친박계를 압박했다. 김명연 당 수석대변인은 “탈당이든 당원권 정지든 어떤 조치를 내리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을 결의해서 위원장께 제출했다”고 말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조기 전대로 가자는 강경론과 서 의원이 끝까지 인적 청산을 거부하다 인 위원장이 당을 떠나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온건론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서 의원의 ‘국회의장 제안’ 주장에 대해 “나는 그런 얘기를 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또 서 의원 회견에 대해선 “자진 탈당 선언으로 알아들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당 관계자는 “인 위원장은 약 10년 만에 큰 결심을 하고 당에 복귀했기 때문에 개혁을 완수할 때까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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