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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대출 사기당한 금융사들… 서로 “내가 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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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대출 사기당한 금융사들… 서로 “내가 선순위”

입력
2017.0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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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 없어 법정다툼 이어질 듯

동양생명을 비롯한 10여개 금융사들이 수천억원대 ‘육류담보대출’ 사기극에 휘말리면서 저마다 대출금 회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출은 법적 근거가 되는 등기를 하지 않은데다, 대출금의 우선순위를 가릴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결국 치열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사기극은 3,800억원 규모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하는 동양생명이 작년 말 일부 대출에서 연체가 급증하자 전수조사에 나서면서부터 불거졌다. 육류담보대출이란 소고기 등 냉동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동산대출의 일종이다. 유통업자가 육류를 창고업자에게 맡기고 받은 담보확인증을 근거로 금융사가 유통업자에게 대출해주는 구조다. 신선식품의 특성상 만기가 2~3개월로 짧지만 연 6~8%의 고금리가 적용돼 은행 등보단 2금융권 회사들이 많이 취급해왔다. 특히 육류는 유통기간이 짧아 등기가 힘들기 때문에 등기 의무가 없는 ‘양도담보대출’로 분류된다.

동양생명에 따르면 사기 혐의를 받는 육류 유통업체들은 같은 육류물량을 담보로 동양생명 등 10여개 회사에서 총 수천억원대의 중복 대출을 받았다. 등기가 안 돼 있어 명확한 담보여부를 알 수 없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 현재 사기 피해가 확인된 화인파트너스(676억원), HK저축은행(354억원), 효성캐피탈(268억원), 한화저축은행(179억원), 신한캐피탈(170억원), 한국캐피탈(113억원), 조은저축은행(61억원), 세람저축은행(22억원) 등 14개 금융사의 육류담보대출 취급규모는 5,866억원(전북은행, DGB캐피탈 취급액 제외)에 이른다.

금융권에선 이들의 대출금 전액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할 걸로 보고 있다. 일부 회수조차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명확한 대출 선후 관계가 파악되지 않는데다, 육류담보대출의 경우 유사 상황에 대한 판례도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융사들은 저마다 유리한 정황을 앞세워 회수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피해규모가 가장 큰 동양생명은 이날 “여러 정황상 동양생명이 가장 먼저 담보 설정을 한 것으로 보여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등기가 없으면 대출이 먼저 실행됐더라도 법적으론 선순위 채권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소송에서 가려야 할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현재 피해 금융사들과 함께 실사단을 꾸려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과정에서 금융사가 담보물을 정확하게 확인했는지 여부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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