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 신문 배달하며 촬영
고양이 사진 전시만 30번 넘어
“밥 준다고 물세례ㆍ경찰 신고…
오해와 편견 벗기려 찍습니다”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길고양이 촬영만 11년째인 지금도 ‘좋아한다’기보다는 ‘측은지심’에 가깝죠. 사진을 찍기 위해 대상을 알아가다 보니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건 사실이에요.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고양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촬영을 하고 있더라고요.”
2006년 사진작가 최광호가 주최한 ‘1019 사진상’에서 수상하며 첫 개인전을 열었던 김하연(47) 작가. ‘강요되거나 혹은 자유롭거나’라는 부제가 달린 전시에서 김 작가는 늘 북적이지만 어쩐지 외로운 도시의 풍경을 담아 소개했다. 출품한 사진 중에는 도시의 방랑자, 길고양이도 있었다. 김 작가는 3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양이 사진을 좀 더 찍어보면 어떻겠냐’며 최광호 작가가 넌지시 건넨 말이 11년 째 길고양이 사진에만 전념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길고양이가 처음 카메라 앵글에 담긴 것도 거창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일간지 신문 지국을 운영하며 하루 8시간씩 신문 배달을 하던 와중 자연스럽게 길고양이들을 찍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해 어느덧 길고양이 관련 전시만 30여 회 개최한 ‘길고양이 전문사진작가’가 됐다. 지난해 ‘구사일생’이라는 제목으로 제주 등 전국 13군데서 전시했고, 12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는 서울 신정동 리디아갤러리에서 같은 제목으로 전시를 연다.
사비를 털어 길고양이 50여 마리에게 밥 주는 일에도 열심이다. “최근 들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고양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지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단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난데없는 물세례도 맞아보고 경찰에 신고도 당해봤어요. 밥을 주고 있으면 ‘데려가 키우라’고 윽박지르거나 애꿎은 고양이에게 해코지를 하기도 해요. 길고양이들 밥을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을’의 입장이 되고, 주눅이 들죠.”
지난해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개막작으로 한국ㆍ일본ㆍ대만의 길고양이에 대해 다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언급하며 그는 덧붙였다. “우리나라만 고양이 밥을 밤에 줘요, 훤한 대낮에 못 주고. 참 이상하죠?” 그럼에도 밥 주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고양이들이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 “제가 밥을 챙겨주면 최소한 쓰레기는 뜯지 않을 거에요. 그러면 사람들에게 괜한 미움 살 일 하나가 줄어드는 거겠죠.”
사진 작품 판매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여전히 하루 여덟 시간 신문 배달을 하고, 길고양이 사진을 이용해 우표, 엽서, 사진집 등을 제작해 판매한다. 전시도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이용해 후원금을 걷어 열었다. 길고양이도 찍었던 사진작가에서 길고양이만 찍는 사진작가로 살게 한 원동력은 뭘까. 김하연 작가는 “길고양이 삶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길고양이를 ‘무섭다’ ‘더럽다’ ‘사람에게 해코지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겁니다, 고양이에게 씌워진 오해와 편견을 벗겨주는 것. 모두가 길고양이를 좋아하게 할 수는 없을 거에요. 그렇지만 일년에 단 몇 백 명 정도라도 길고양이를 제대로 알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어요.”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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