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공화당의 ‘오바마 업적 지우기’에 맞서 트럼프 차기 내각 내정자들에 대한 혹독한 ‘송곳 청문회’를 예고한 가운데, 교육계와 시민 사회 단체도 일부 내정자의 인준에 강력히 반발하는 등 의회 안팎에서 사퇴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170개 미 로스쿨 교수 1,100명은 3일(현지시간) 상원 법사위원들에게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법학 교수들은 서한에서 “세션스는 연방 판사직에도 부적합한 몰상식한 인사”라며 “미국의 정의와 평등을 장려하지 않을 인물이다”고 주장했다. 서한에는 로런드 트라이브, 제프리 스톤, 파멜라 칼란 등 법학계 저명인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미국 최대 흑인인권단체인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도 내정 철회를 요구하며 세션스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무기한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에 대한 낙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2013년 전역한 매티스는 ‘전역 이후 7년이 지나야 장관에 오를 수 있다’는 인사규정에 어긋난다. 예외 규정을 적용받으려면 2017년 회계연도 임시 예산안에 매티스에 대한 인사규정 예외 조항을 별도로 삽입해서 처리해야 한다. 친 러시아 성향에 갑부 이미지까지 겹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도 낙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이중 최소 1명은 떨어뜨릴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공화당이 다수(52석)를 차지하는 상원에서 인준 거부가 실제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매티스의 경우 해병대 사병으로 시작해 4성 장군(중부 사령부 사령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어서 군 지휘관으로서 여야를 넘나들며 호평을 받는다. 이미 민주당 상원의원 6명이 공개적으로 ‘인준 찬성’ 의견을 밝혔고, 상당수 다른 의원들도 같은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료 인준안은 과반수(51명) 찬성만 있으면 상원에서 통과된다.
한편 미국 제115대 의회는 3일 정식 개원하고 2년간의 회기를 시작했다. 하원의장은 폴 라이언(공화) 의원이 의장 선출 표결에서 찬성 239명(반대 189명)으로 당선됐고, 상원의장은 자동겸직하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맡게 된다. 이로써 라이언 의장은 114대 의회 회기 중 은퇴한 존 베이너 전 의장의 뒤를 이은 2015년 10월부터 계속 의사봉을 잡게 됐다.
의석수로는 하원 435명 가운데 공화당 241명, 민주당이 194명이다.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2명, 46명이고, 무소속 2명은 민주당과 주요 정책에 있어 같은 입장을 취할 전망이다. 공화당이 상ㆍ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한 것은 2006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의회는 특히 “성별ㆍ인종 구성 면에서 가장 다양하다”라는 평가도 받는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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