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제목으로
서울서 오키나와까지 1박2일 동행 취재
“북핵위협 고조 시점에 예사롭지 않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로 연초부터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한미군 가족들의 비상대피 훈련 과정이 방송 전파를 탔다. 지난해 11월초 진행된 훈련이긴 하지만 미국 CNN 방송이 상세한 동행 취재를 공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방송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다.
CNN은 3일(현지시간) 주한미군 가족 수십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초 실시된 ‘비전투원 소개(疏開)작전(NEO)’의 동행 취재기를 보도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라는 제목의 기사는 군용 차량과 헬기를 동원해 1박2일에 걸쳐 서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가족을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시키는 훈련 전 과정을 소개했다. 취재기자인 줄리엣 페리는 “연례훈련이지만 참가자들을 실제 한반도 밖 주일 미군기지까지 이동시킨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훈련 과정은 ▦국무부 대피 명령 ▦짐 챙기기 ▦등록 ▦남쪽으로 이동 ▦국경 넘기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소개 명령은 군사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으로 미국 국무부에서 직접 내린다. 명령이 떨어지면 대상자들은 1인당 60파운드(약 27kg) 무게 내에서 필수 소지품을 챙겨야 한다. 페리 기자는 가족들이 평소에도 비상대피용 가방을 구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딸과 함께 훈련에 참가한 니콜 마르티네즈도 “우리는 항상 침낭과 통조림을 더플백에 싸놓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용산기지 안에 설치된 텐트에서 신원확인을 위한 팔찌를 발급받고 반려동물 등록과 보안검색 절차를 거쳤다. 어린이들은 생화학 공격으로부터 최대 12시간 보호해주는 ‘유아화학작용제보호시스템(ICAPS)’ 마스크의 착용법도 안내를 받았다. 주한미군 가족들은 이어 호송 차량을 타고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한 뒤 시누크 헬기로 갈아타고 다시 대구 ‘캠프 워커’로 향했다.
국경을 넘은 건 이튿날 오전이었다. 참가자들은 새벽 5시경 김해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했고 곧 마지막 종착지인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기자는 “강행군에도 아이들은 오키나와 수족관 나들이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있었다”고 착륙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당시 훈련의 또 다른 목적은 군인들에게 위기상황에도 가족이 보호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지미 시한 대위는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장병들이 가족을 걱정하느라 임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측은 “실제 상황에는 대피 인원이 수만 명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기차 등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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