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라스베이거스 혼잡한 도심
4㎞ 구간 10분 만에 무사고 완주
“숙련된 기사 운전하듯” 큰 관심
3일(현지시간) 오후 8시30분 어둠이 내려 앉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주변 도로.
아이오닉 운전석에 앉은 현대자동차 연구원이 자율주행 모드로 변환하자 차는 기다렸다는 듯 시속 25마일(약 40㎞)로 정해진 제한 속도에 맞춰 달리기 시작했다.
사전에 입력된 경로에 따라 우회전을 앞둔 지점에서는 저절로 속도가 줄어들며 오른쪽 방향지시등이 켜졌다. 이어 운전대가 저절로 돌아갔고, 차는 숙련된 기사가 운전하듯 안정적으로 우회전을 했다.
아이오닉은 전방에 빨간색 신호등이 켜지면 감속해 정지선 앞에 멈춰 섰다. 제한속도가 시속 45마일(약 72㎞)인 도로에서는 속도를 높이기도 하면서 총 4㎞ 구간을 10분 만에 무사고로 완주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15일 현지에서 자율주행 시연을 한 적이 있지만 이날 주행은 전 세계 언론사를 초청해 공개적으로 진행한 것이어서 세계 최초의 야간 자율주행으로 기록됐다.
야간은 주변이 어둡고 가로등과 자동차 헤드램프 불빛 등이 반사돼 낮보다 자율주행이 어렵다. 현대차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는 밤 늦게까지 차가 막힐 정도로 혼잡해 더욱 힘든 조건”이라며 “현재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야간 자율주행을 시연해 성공한 완성차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 개막에 앞서 선보인 아이오닉 자율주행차가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6개의 센서로 신호등과 보행자, 주행차량 등 정확한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차량 지붕에 달린 위성항법장치(GPS)가 각 이동 물체간 거리를 정확히 잡아내고 내장된 고해상도 지도 시스템을 통해 도로 경사나 곡률, 차선 폭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복잡한 야간 도심 도로에서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이유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점을 2020년으로 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주니퍼 리서치는 2025년까지 세계 자율주행차의 누적 보급 규모가 2,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병용 현대차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대비한 안전 운행 시스템을 계속해서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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