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커제 9단
백 박영훈 9단



<장면 8> 박영훈은 아직 짝이 없지만 친구 최철한은 둘째 아기를 가졌다. 원성진은 신혼 6개월을 보내고 있다. 올해 스무 살인 커제는 아저씨 같던 박영훈을 이제는 형님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박영훈과 커제는 소띠 띠동갑이다.
두 사람한테서 개인이 아닌 세대 차이가 보인다. 바둑 환경에 따른 공부법이나 세상과 소통하는 법이 다르다. 1980년 세대 박영훈이 책으로 바둑을 배웠다면 90년 세대 커제는 인터넷 실전 바둑으로 컸다.
박영훈 바둑 공부법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 같다. 책과 기보를 통한 바둑 놓아보기이다. 고수 행마를 좇고 그 뜻을 알아채며 자기 세계를 만들었다. “기계처럼 공부하는 ‘기계 학습’이다. 공부량에서 다른 사람과 견주면 자신 있는데 밤낮 없이 쉬지 않고 바둑을 판다는 알파고엔 당하지 못한다”며 웃었다.
커제는 국가소년대 들어간 2011년부터 인터넷을 대국장으로 삼았다. “하루에 5, 6판씩 한국 프로들과 겨뤘다. 운 좋은 날엔 박정환이 둔다고 소문난 아이디와 두어 배웠다. 4년 동안 4,000판을 두었다.”
***
박영훈은 백‘×’에 붙이는 수를 보고 있었다. “커제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위쪽에서 백을 붙잡은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백이 좋았다.”
백6으로 시원하게 따냈다. <참고 1도> 흑1로 나가면 백10으로 몰아붙여 흑을 잡는다. <참고 2도> 흑1로 늘면 계속해서 밀어붙인다. 흑13엔 백14로 쭉 뻗은 모습이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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