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주 뺑소니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30ㆍ피츠버그)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엔트리에서 결국 낙마했다. 관심사인 오승환(35ㆍ세인트루이스)의 합류 문제는 매듭을 짓지 못했다.
김인식(70) WBC 야구대표팀 감독은 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선동열, 이순철, 김동수, 김평호, 송진우, 김광수 코치가 참석한 가운데 WBC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고 엔트리 변경을 논의한 결과 강정호를 김하성(22ㆍ넥센)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강정호의 하차는 대표팀 전력에 치명적인 악재지만 예견된 일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2일 술을 마신 채 승용차를 몰고 강남의 숙소로 향하다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음주 뺑소니였던 데다 지난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 이어 세 번째로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까지 취소돼 강정호를 향한 시선은 싸늘했다.
반면 최근 발탁 여론이 일고 있는 오승환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을 ‘평정’하고 미국에서도 정상급 마무리로 거듭난 오승환이지만 2015년 10월 불법 해외 도박에 따른 징계와 비난 여론 탓에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법 처벌은 이미 받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징계를 소화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KBO는 지난해 1월 오승환에게 ‘KBO리그 복귀 시 한 시즌 50%(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고 미국에 진출했기 때문에 징계를 치르지 않은 오승환을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했다. 그러나 김응용(76)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을 비롯해 야구 원로들 사이에서 오승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 감독은 “오늘 회의에서 마무리로 오승환을 뽑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양현종(29ㆍKIA)의 상태를 지켜봐야 해서 투수 엔트리는 최종 결론이 안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오승환은 틀림없이 필요한 선수”라며 “하지만 양현종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대체 투수로 선발을 뽑아야 하느냐, 마무리를 뽑아야 하느냐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표팀 선수단 전체가 모이는 오는 11일 이후에 코칭스태프 회의를 해서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활 중인 양현종의 합류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일단 여론의 추이를 좀더 지켜 볼 시간을 벌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승환의 합류 여부와 상관없이 이날 회의 결과 대표팀은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감독은 추신수(35ㆍ텍사스)와 김현수(29ㆍ볼티모어)의 합류에 대해서도 “추신수는 본인은 나가고 싶은데 구단이 제동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현수의 경우도 부상은 없지만, 2년 차라 구단은 말리고 있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가 어렵게 됐다”고 고심을 드러냈다. 이밖에 대표팀 간판 포수였던 강민호(32ㆍ롯데)도 무릎이 좋지 않아 김태군(28ㆍNC)으로 대체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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