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김보름(24ㆍ강원도청)은 대구 정화여고 2학년 재학중이던 2010년 종목을 전환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스케이트화를 바꿔 신은 것.
김보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스케이트를 탔고, 성화중 1학년 때 쇼트트랙에 입문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대구 출신의 진선유를 우상으로 삼고 부푼 꿈을 키웠지만 좀처럼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쇼트트랙에서 ‘흙길’을 걷던 김보름은 결국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 전향을 결심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승훈(29)이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금메달을 따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주위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김보름은 상경해 스피드스케이팅을 처음부터 배웠다. 스케이트의 날이나 레이스를 할 때 느낌이 쇼트트랙과 달라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더 이상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묵묵히 참고 견뎠다.
그 결과 ‘전향’한지 1년 만에 2011년 아스타나ㆍ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3,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덧 김보름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라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종목 전향은 ‘금색 환승권’을 쓴 것과 마찬가지였다.

6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초보 주행’을 했던 김보름은 올해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자신의 두 번째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관심은 김보름이 목에 걸 금메달 개수다. 그는 1,500m, 3,000m, 5,000m와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 단체전인 팀 추월 경기를 모두 뛸 수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종목을 소화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보름은 “3,000m, 5,000m, 매스스타트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매스스타트는 월드컵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6년 전보다 많은 종목에 출전하는 만큼 욕심이 난다”면서 “일본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는데 1등을 목표로 다부지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몇 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세웠는지에 대해선 “몇 관왕을 하겠다는 것은 너무 욕심 내는 것 같고, 여러 개의 메달 획득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쇼트트랙 훈련도 꾸준히 소화한다. 매스스타트는 출전 선수들이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우승하는 종목이다. 쇼트트랙처럼 경기를 주도하는 운영 능력과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다른 선수를 추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시안게임에는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의 강자들이 출전하지 않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김보름은 “기량이 좋은 선수가 적어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스피드가 느려지면 모든 선수가 체력이 남아 막판 스퍼트 싸움을 한다. 일본 선수들이 나보다 막판 스퍼트가 좋다”고 경계했다.
2017년 ‘붉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김보름은 ‘닭띠 스타’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정작 “올해가 닭의 해인지 몰랐다”며 웃었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로 톡톡 튀는 개성을 드러낸 그는 슬럼프 때 기분 전환 차원에서 염색했는데, 그 뒤로 모든 일이 잘 풀리자 ‘노랑 머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또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자신의 머리 색깔처럼 ‘노란 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