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때 토지조사 사업으로 받은 땅도 친일행위를 대가로 취득한 재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귀속법)’에 의해 국가에 귀속될 친일재산의 범위가 확대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 이모(78)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친일재산귀속법이 말하는 재산의 취득에는 토지 및 임야조사 사업을 통한 사정(査定ㆍ지적도를 토대로 소유자나 경계를 정하는 행정처분)을 원인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는 물론 그 사정 명의를 제3자에게 신탁해 취득한 경우도 포함된다”며 “이해승이 타인의 명의를 신탁해 사정 받은 토지를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친일재산귀속법은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친일재산으로 추정해 국가에 귀속하도록 정하고 있다.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1921년 가족 채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동양척식주식회사로부터 경기 포천시 일대의 임야 185만㎡를 다른 사람의 명의로 사정 받았다. 이해승이 6ㆍ25 전쟁 때 납북돼 행방불명되자 손자인 이씨가 이 토지를 1959년 단독으로 상속받았다.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하고 이씨가 상속받은 토지 중 이미 팔아버린 땅을 제외한 4만5,000㎡의 소유권을 국가에 귀속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씨는 국가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이해승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아니므로 토지의 국가귀속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이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이해승이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맞다고 판단하고 “사정 받은 토지도 친일재산귀속법이 규정한 친일재산의 취득에 해당한다”며 판결했으며,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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